'한국女 불법 촬영' 유포한 영국男…대법 "해외 구금기간 형기 포함 안돼"

↑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한국에서 여성들을 불법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영국인 남성에 대해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해외 구치소에 구금된 기간을 형기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피고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별법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으로 기소된 영국인 남성 A씨에 대해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8월 서울 용산구 자신의 숙소 침실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데이트 어플을 통해 만난 피해자를 유인했다. 이후 피해자와 신체를 접촉하는 장면, 피해자의 신체 노출 장면 등을 촬영해 자신이 운영하는 유료회원제 사이트에 영상을 게재하고, 월 27달러를 낸 유료회원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홍콩, 대만 등에서도 여성들을 촬영해 이를 판매하기도 했다.
경찰은 인터폴에 A씨의 적색수배를 내렸고 2019년 11월 덴마크 경찰은 그를 체포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국내 송환됐다.
1심은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는데 A씨는 "덴마크 구치소에서 구금된 기간은 형기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항소했다. 범죄인 인도 절차 단계를 거치며 덴마크 구치소에 구금된 263일만큼 형을 살았다는 주장이다. 국내법상 형이 확정되지 않는 미결수의 구금일수는 형기에 산입된다.
그러나 2심은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범죄인 인도 절차 개시단계에서 외국법원에 의한 구금은 그 목적이 도주자를 인도할 것인지 여부를 심사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법상 미결구금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구금이 외국법원의 유죄판결에 의한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류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