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한복 알리는 계기로 삼아야”
↑ 스파오 생활한복 컬렉션 출시 / 사진=이랜드월드 제공 |
“중국 송나라 의상을 훔치는 거냐”, “중국 문화 유물을 사용해 가짜 한복을 만들지 마라”, “중국 의류 문화를 사랑해 주시는 한국 네티즌 여러분 감사합니다”, “한국은 도둑”
국내 SPA브랜드 ‘스파오’가 모던 한복 브랜드 ‘리슬’과 협력해 생활 한복을 출시한 가운데 중국 누리꾼들이 보인 반응입니다. 이들은 중국어와 영어로 스파오의 트윗 글을 리트윗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트위터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VPN(가상사설망)을 이용해 트윗을 남겨 일각에서는 김치에 이어 한복까지 동북공정을 시도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동북공정은 2002년부터 추진한 동북부 만주 지역 역사 연구 프로젝트로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고구려, 발해 등을 자신의 역사로 편입하려 하고 노골적인 역사 왜곡 시도가 이어지며 최근 중국의 ‘문화공정’에 대한 경계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은 스파오의 생활 한복이 송나라 시대 한푸(汉服,한족의 전통복)와 비슷하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중국에서는 ‘한푸의 날’이 따로 없다며 “중국이 한복의 원조”라는 의미로 국가기념일을 제정하자는 제안이 나온 바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1997년부터 ‘한복의 날’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 시녀들이 한복과 유사한 의상을 입고 나와 논란이 된 중국 OTT 아이치이에서 제작한 드라마 '소주차만행'의 한 장면 /사진=아이치이 홈페이지 캡처 |
중국이 한복을 자신들의 ‘문화 유물’이라고 주장한 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방영된 중국 드라마 ‘소주차만행’에서 시녀 역할의 배우들만 한복과 유사한 치마 저고리를 입고 나왔습니다.
이에 한국 누리꾼들은 “한복을 중국의 하위문화로 인식시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 이외에도 명나라 배경 드라마 ‘성화’에서는 주인공이 갓과 망건을 쓰고 나와 논란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지난 5월 한복고증연구소는 공식 블로그에 “한국과 중국의 복식에 유사점이 있다고 해서 한쪽이 다른 쪽을 모방했다고 섣불리 말할 수는 없다”며 “문화는 서로 교류하며 섞이기 마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고려양(원나라에서 유행된 고려의 풍습)이 유행했던 명나라 시절의 복식과 한복에 유사성이 발견되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다”라면서도 “문제는 중국이 한푸를 밀자니 한복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 국제관계 전문가는 ‘동북공정’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동북공정은 국가 차원에서 행동하는 것이지만 지금 상황은 중국 네티즌들 개개인이 함부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두(중국의 포털사이트)처럼 권위 있는 공간에 잘못된 사실이 게재되는 건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6월 10일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에 문화유산 방문캠페인-한복 홍보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 사진=한국문화재재단 |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인들이 한복을 두고 잡음을 생성하는 행동에 대해 “한국의 전통문화와 대중문화가 세계인들에게 주목받으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잘못된 애국주의”라고 꼬집었습니다.
또한 “예전에는 서양 사람들이 아시아 문화의 중심지를 중국으로 인식했지만 이제는 한국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이번 논란을 역이용해 한복을 더 알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 교수는 지난달 11일 뉴욕 타임스 전광판에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의 일환으로 제작된 이번 30초짜리 광고는 총 4주간 1000회 상영됐습니다. 이에 서 교수는 뉴욕 광고를 시작으로 향후 유럽의 런던, 오세아니아의 시드니, 아시아의 방콕 등 세계적인 도시에 광고를 꾸준히 펼쳐나갈 예정이라 밝혔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