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연합뉴스] |
서울에서 라이더로 일하는 A씨의 경우 천룡인 리스트에 포함된 아파트 단지에선 콜이 들어 오더라도 배달을 잘 가지 않는다. 일전에 강남의 한 아파트에 배달을 갔다가 경비원으로부터 욕설을 듣는 등 모욕을 당했기 때문이다. A씨는 "정문부터 오토바이를 타지 말고 배달물을 들고 걸어서 가라고 했다"며 "심지어 화물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라고 하면서 짐짝 취급을 하는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아파트 단지들의 보안을 위한 규정이 배달 라이더들에게 '갑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라이더들의 피로감이 커지자 "이 아파트들은 배달을 가지 말자"는 블랙리스트도 꾸준히 업데이트 되는 모양새다.
갑질 논란이 불거지는 일부 아파트 단지들의 주된 배달 지침은 오토바이, 자전거의 지상 진입을 제지하는 것이다. 라이더들은 단기간 내에 최대한 많은 콜을 소화해야 효율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정문에서부터 걸어서 갈 경우 배달 완료까지 시간이 훨씬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고객으로부터 불만이 접수될 수도 있다. 날이 더워지는 여름철엔 라이더들에게 더욱 피로감을 주는 지침이란 지적도 있다.
아예 화물 엘리베이터를 탑승하도록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아파트 출입 보안 절차가 복잡해 지나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 밖에 경비원, 주민들의 기본적인 태도가 라이더들을 '하등하게 보는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때문에 경비원들과 감정이 격해져 욕설, 몸싸움 등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 라이더는 "이럴 거면 왜 배달시켜 먹는지 모르겠다. 규정이 그렇다면 배달물을 정문에 맡기고 주문자
라이더들은 단체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배달 종사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은 올해 초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게 하는 등 라이더들에게 갑질을 한 아파트 103개소의 입주자대표회의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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