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아동학대 살해죄' 적용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징역형"
경찰이 경남 남해군에서 13세 여중생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계모에게 아동학대 살해죄를 적용했습니다. 기소 전 송치 단계이지만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정인이법'이 시행된 후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경남경찰청 여성청소년특별수사대는 오늘(1일) 상습아동학대와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계모 A씨를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했지만 죄명을 '아동학대 살해 혐의'로 바꿔 검찰에 넘긴 겁니다.
아동학대 치사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이 선고되지만 아동학대 살해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징역형으로 처벌 수위가 더 높습니다.
A씨는 지난달 22일 오후 9시 30분 쯤부터 2시간 가량 경남 남해군 한 아파트 자신의 집에서 의붓딸 B양을 넘어뜨리고 밟는 등 마구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폭언과 함께 손으로 밀치고 발로 찼으며 이 과정에서 B양은 화장실 변기 모서리에 부딪히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씨는 술을 마신 상태였습니다.
당시 B양의 동생 2명도 누나가 A씨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것을 목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건 당일 낮에는 A씨와 남편이 이혼 서류를 접수했으며 A씨가 B양을 폭행하기 직전에는 남편과 양육 문제로 통화를 하며 심하게 다퉈 A씨가 극심한 흥분 상태였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입니다.
폭행 이후 B양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A씨는 곧장 119에 신고하거나 병원으로 옮기지 않고 별거 중이었던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이후 남편은 다음 날 새벽 2시 30분쯤 집에 도착했지만 B양의 몸은 이미 굳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편은 새벽 4시 16분쯤 직접 119에 신고했으며 소방 공동 대응 요청으로 출동한 경찰은 주거지에서 A씨를 체포했습니다.
경찰은 A씨가 B양을 마구 폭행하며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했으면서도 다음날 오전 4시 15분까지 아무런 구호 조치 없이 방치하는 등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저질렀다고 판단했습니다.
남편에 대해서는 이미 사망한 뒤 집을 찾았다는 점, 직접 신고를 한 점 등을 들어 입건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구두 소견으로 "외부 충격에 의한 장기 손상이 있다"고 밝혔으며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A씨가 B양의 복부를 발로 밟은 것이 B양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결정적 사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계모 A씨의 폭행으로 숨진 B양은 초등학교 5학년인 지난 2019년부터 말을 듣지 않고 행동이 느리다는 이유 등으로 수년 간 A씨로부터 학대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남편과 별거 직후인 지난 3월부터 이틀에 한 번 꼴로 술을 마시고 때리는 등 B
경찰 관계자는 “의붓딸의 두 동생은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돌보고 있다”며 “심리 치료와 방과 후 학교를 병행하며 보호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이날 검찰로 송치되면서 A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숙인 채 대답 없이 흐느끼기만 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