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수차례 사촌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이 있습니다.
작은 소리에도 놀라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수면장애와 우울증까지 생긴 피해 여성이 13년 만에 용기를 내 고소를 했지만, 결국 법원은 가해자를 단죄하지 못했습니다.
짧은 공소시효도 문제였습니다.
홍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30대 여성 A 씨는 어린 시절 사촌오빠에게 강제추행을 당했습니다.
이후 수면장애와 우울증 증세를 겪었고, 최근에는 공황장애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 인터뷰 : A 씨 / 친족 성폭력 피해자
- "시계가 똑딱똑딱 거리는 소리 방 안에서…. 누군가 슬며시 몰래 오는 소리 그런게 몸이 기억을 해요."
피해자는 마지막으로 피해를 당한 뒤 13년 만에 용기를 내 가해자를 고소했습니다.
검찰은 범행으로 정신적 상해가 생긴 것으로 보고 가해자를 강간 등 치상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재판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법원은 강제추행은 있었다고 봤지만, 지금 앓고 있는 병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피고인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강제추행죄인데 공소시효가 끝나 처벌 역시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강간 등 치상의 공소시효는 10년이지만, 강제추행 공소시효는 더 짧기 때문입니다.
많은 친족 성폭력이 단죄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 스탠딩 : 홍지호 / 기자
- "친족 성폭력은 대부분 피해자들이 미성년자일 때 일어납니다. 또 이들 중 절반 정도는 피해 사실을 10년 이상 지나서야 털어놓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 인터뷰 : 김혜정 / 한국성폭력상담소장
- "가정이란 곳은 아무리 법이 있어도 그 법이 실현되기가 어렵고…. 다른 범죄랑 일반적으로 똑같이 적용하기 굉장히 어려운 공간이다."
▶ 인터뷰 : A 씨 / 친족 성폭력 피해자
- "제가 누구보다도 자책을 많이 했어요. 왜 말을 안 했을까. (성폭력) 그런 비슷한 단어 자체가 입에 안 떨어졌어요."
짧은 공소시효가 면죄부가 돼 죄가 있어도 단죄하지 못하는 친족 성폭력 범죄에 대한 제도적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MBN뉴스 홍지호입니다. [jihohong10@mbn.co.kr]
영상취재 : 김재헌·배병민 기자
영상편집 : 김경준
그래픽 : 임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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