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들킬까봐"… 父 정신병원 입원시키고 예금 인출한 아들

아버지 은행 업무 도와주다가 개인정보 알게 돼
2천만원으로 도박·5천500만원 무단 인출
아버지 "아들 수감·처벌받는 것 원치않아"

아버지를 알코올 중독 환자로 꾸며 병원에 강제 입원시키고 예금을 무단 인출한 30대 아들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오늘(27일) 광주지법 형사7단독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공동존속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A씨를 도운 20대 친구 B씨와 후배 C씨는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A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인 것처럼 꾸민 뒤 지난 2월 1일 밤 응급이송 차량을 이용해 전남의 한 병원에 강제 입원시키고 아버지 통장에서 예금 5천500만원을 무단 인출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그는 지난 1월 아버지의 은행 업무를 도와주다가 아버지가 부동산을 매도하고 5천만원 상당을 예금한 사실과 인터넷뱅킹 아이디, 비밀번호 등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친구에게 "아버지 통장에 든 2천만원을 인출해 도박했는데 들킬 것 같다. 아버지를 입원시킬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친구 B씨는 소주 5병과 마른안주를 사서 후배 C씨에게 건네며 "A씨 아버지를 찾아가 친구인 척 행세하며 함께 술을 마셔달라"고 했습니다.

A씨 아버지는 C씨와 술을 마시다가 병원에 이송됐습니다.

A씨는 병원 정신과 의사에게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인 것처럼 말하고 다른 가족도 보호 입원 동의서에 서명하게 함으로써 아버지를 일주일간 폐쇄병동에 입원시켰습니다.

재판부는 "A씨는 반인륜적인 행위를 저질러 징역형이 불가피하다"며 "그러나 아버지가 자녀들을 직접 양육할 수 없어 보육시설에 위탁해 키웠다며 아들이 수감되거나 처벌받지 않기를 간곡히 탄원하고 있다"며 형의 집행을 유예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