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노동환경 문제제기 이어져…화재사고로 분출
온라인에서 쿠팡을 탈퇴했다는 인증 게시물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사고를 계기로 쿠팡 노동환경에 대한 불성실함과 경영진에 대한 불만이 탈퇴로 분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트위터에는 '쿠팡탈퇴'가 실시간 트렌드가 됐습니다. 탈퇴를 인증한 일부 이용자들은 "사람을 죽이지 말라, 사람 죽이는 악덕 기업을 이용하지 않겠다"거나 "한국사람을 소모품으로 여기지 말라"는 글도 남겼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에는 김동식 구조대장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된 것도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됩니다.
쿠팡은 '로켓배송'이라는 빠른 속도의 배송을 내세워 몸집을 키워 왔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쇼핑 수요 급증으로 전년대비 매출이 90%넘게 성장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3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크게 주목받으며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배송기사들의 잇단 죽음과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계속해서 지적받아 왔습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쿠팡 물류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모두 9명입니다. 지난해 10월 경북 칠곡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심야 근무를 마치고 귀가해 자택에서 숨진 장덕준 씨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올해 2월 산업재해로 인정했습니다.
공공운수노조는 어제(18일) 긴급기자회견에서 "화재위험이 높은 전기장치에 대한 문제는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계속 지적해왔던 부분"이라며 "평소에도 정전을 비롯한 크고 작은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이와 관련한 쿠팡의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거나 실행된 적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범석 창업자는 최근 한국 쿠팡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창업자는 국적이 미국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동일인(기업 총수) 지정을 피하기도 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검은 머리 외국인입니다. 한국 쿠팡의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상장법인 쿠팡 Inc에 대해서는 의결권 76.7%를 갖고 있지만, 한국 쿠팡의 직위에서는 모두 물러난만큼 인명 사고가 발생해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쿠팡은 김동식 구조대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임직원 일동 명의로 애도의 뜻을 밝혔습니다.
쿠팡은 "화재 진압 과정에서 고귀한 생명을 잃으신 고 김동식 구조대장님의 숭고한 헌신에 모든 쿠팡 구성원의 마음을 담아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 분들께도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순직하신 소방관과 슬픔에 잠긴 유가족분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도록,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저희 회사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어제(18일)는 강한승 대표이사 명의의 '덕평 물류센터
김범석 창업자 명의의 사과는 아직 없습니다.
[ 신동규 기자 / easternk@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