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 척 행세해 남성 1300여명의 알몸 사진과 영상 등을 확보해 유포한 피의자 김영준(29)의 신상이 대학가에서 성별갈등의 불씨가 됐다. 신상 공개 이전엔 피해자가 남성이라 가해자는 여성일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지만 피의자가 남성인 것으로 드러나자 갈등이 재점화한 것이다.
11일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김영준 신상 공개 이후 성별갈등이 드러나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지난 4월 언론 보도로 이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부터 '여자라고 봐주지 마라' '여자도 조주빈과 똑같이 대하라' 등의 댓글이 대다수였다. 당시 대학가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도 '남자가 피해자라 수사가 느리다' '남자는 한국에서 2등 시민이다' 등 분노가 드러난 게시글이 종종 올라왔다. 하지만 추측과 달리 피의자는 남성이었다.
서울 시내 4년제 대학 재학 중인 김 모씨(남·24)는 "N번방 사건과 비교해 사건에 대한 일처리가 확연히 느렸기 때문에 누가 생각해도 이런 반응이 나올 만 했다"며 "동일범죄는 동일하게 수사하고 처벌하는 게 형평성에 맞다"고 말했다. 대학생 윤 모씨(여·22)는 "가해자가 여자라고 단정 짓곤 여성을 비하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결국 피의자가 남자인 것으로 밝혀지니 갑자기 강하고 신속한 처벌을 하라는 글이 확연히 줄었다"며 "N번방 때보다 피의자 검거도 확연히 빨랐는데 물타기를 한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특정 손모양 포스터 논란 등 연이은 성별갈등 이슈 때문에 피로감을 느끼는 대학생들도 많다. 이 모씨(남·25)는 "범죄에까지 남녀 프레임을 씌울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굳이 성별을 언급하면서 갈등을 조장하는 건 억지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세대의 성별갈등은 청년들에게 오히려 독이라고 지적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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