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협회가 주관하는 청소년 무용콩쿠르에서 일부 학생들이 지원한 부문과 다른 춤을 선보이고도 수상을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입상 결과가 대학입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회인 탓에 무용계 관련자들의 항의가 제기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일각에선 심사위원이 누군지 알 수 있는 상태에서 대회가 치러지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무용계에 따르면 고등학생 A씨는 지난 5월 한국무용협회가 개최한 제 52회 전국 초중고등학생 무용콩쿠르에서 명작무용인 '한량무'를 전통무용 부문에서 추고서 1등상인 금상을 수상했다. 고등학생 B씨는 명작무용이 아닌 '부채산조'를 명작무용 부문에서 선보이고 금상을 받았다. 해당 콩쿠르에서 한국무용은 전통무용, 명작무용, 창작무용의 총 3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A씨와 B씨처럼 부문에 맞지 않는 춤으로 출전해 입상한 학생은 고등부에서 총 5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용협회는 명작무용의 목록을 명확하게 정해 공시하고 있다. 원로 무용가 C씨는 "전통무용, 명작무용, 창작무용은 분류가 정확히 나뉜다"며 "한국무용협회는 스스로 명작무 17개를 선정해 밝히고 있는 만큼 협회가 주최하는 콩쿠르는 더욱 더 분류에 맞게 진행됐어야 했다"고 밝혔다. 대회에서도 부문이 정확히 분류돼있어 입상을 한 A씨와 B씨는 해당 분야에 지원조차 할 수 없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같은 콩쿠르에서 고등학생 D씨는 A씨가 전통무용 부문에서 춘 '한량무'를 원래 부문인 명작무용 부문에서 추고 은상을 받았다. 부문 구분이 사실상 의미 없게 콩쿠르가 운영된 셈이다.
C씨는 "전통무용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춤들이고, 명작무용은 문화재는 아니지만, 창작자가 밝혀져 있고 무용계에서 널리 인정받는 춤 17개를 한국무용협회가 지정한 것"이라며 "다른 콩쿠르는 명작무용 부문 없이 전통무용 부문, 창작무용 부문만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국무용협회는 스스로 명작무용 17개를 선정해 공시하는 기관이고 부문도 3개로 나눠서 진행하기 때문에 한국무용협회 콩쿠르에서 명작무용 부문에서는 명작무용만 추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무용협회 측은 내부적으로 교차 지원을 허용했는데, 외부에는 알리지 않았다는 해명을 내놨다. 한국무용협회 관계자는 "문제가 된 한량무, 부채산조도 넓은 범위로 보면 다른 부문에 지원할 수 있다"며 "다만 내부적으로 그렇게 정리했고 외부에 공표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이어 "콩쿠르를 3개 부문으로 운영하는 것은 다양한 춤들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은 계도기간이지만 점차 명확히 구분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무용계 일각에서는 특정 학생들을 입상시키기 위해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았냐는 의혹이 제기되기고 한다. 높은 권위의 콩쿠르인 만큼 수상실적이 서울대 수시입학전형 등 대학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무용교육 관계자 E씨는 "협회가 자의적으로 콩쿠르를 운영하고 상까지 줘버리니 수상에서 밀린 학생들은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입시가 걸린 만큼 기준을 명확히 해서 억울한 마음이 안 들게 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무용계 내에서 고질병으로 지적되는 '고정 심사위원'과 관련한 비판도 나온다. 같은 무용가가 반복해서 심사위원을 맡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정인이 연속해서 심사위원이 되면 학부모나 관계자들이 사전 로비를 할 공산도 크다. C씨는 "무용계가 좁아 심사위원을 반복해서 맡는 게 가능하면 누가 심사를 할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며 "최근 3년 내 심사를 했던 사람은 심사위원으로 위촉하지 않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무용협회 관계자는 "심사했던 분을 다시 심사위원으로 모실 때는 이전과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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