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호 대표이사 "유가족 지원에 회사 역량 다하겠다"
광주 동구의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삽시간에 무너지면서 승하차를 위해 정차한 54번 시내버스가 매몰됐습니다. 종잇장처럼 구겨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고 탑승객 17명 중 9명이 숨지고, 운전기사를 포함한 8명이 중상을 입은 채 구조됐습니다.
사고 소식이 전해진 어제(9일) 오후 사고 현장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수색 작업이 한창인 사고 현장을 바라보며 두 손을 마주한 채 기도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 가운데 사망자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져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광주지법 인근서 곰탕집을 운영하던 곽모 씨(64)는 큰아들 생일에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두 정거장을 남겨두고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곽 씨의 시누이는 “가게 문 여느라고 아들 얼굴도 못 보고 생일상만 차려 놓고 나갔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이어 “올케가 사고 나기 직전에 오후 4시쯤 큰아들과 통화했다.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았겠나. ‘내일 장사에 쓸 음식 재료 사려고 시장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며 흐느껴 울었습니다.
또한 “사실 나도 사고 날 때 현장 가까이 있는 과일가게에 있었다. 지나가다가 건물은 무너지고 희뿌연 연기가 가득한 걸 보고 너무 놀랐는데, 우리 가족이 거기 있을 줄은...”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같은 버스에는 고교 2학년 남학생(17)도 있었습니다. 비대면 수업이었지만 동아리 활동을 위해 학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참변을 당한 것입니다. 해당 남학생은 늦둥이 외아들이라 집에서 각별한 사랑을 받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 60대 부부는 뉴스를 통해 철거 중인 건물이 시내버스를 덮쳤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가족이 그 안에 있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부부가 친척의 사고 소식을 들은 시점은 뉴스를 보던 중 갑자기 울린 전화벨 때문입니다. 순간적으로 좋지 않은 소식이란 걸 직감한 부부는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냐며 서둘러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급히 나온 탓에 복장을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채 서둘러 나온 모습이었습니다.
경찰은 철거 공사 관계자와 목격자 등 진술을 통해 사건 발생 경위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철거 공사 중 안전수칙을 준수했는지 여부도 따져볼 계획입니다.
또한 오늘(10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벌일 예정입니다. 광주경찰청은 “전담 수사팀을 편성해 안전 수칙 등 관련 규정 준수 여부와 업무상 과실 등에 대해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5층 건물이 붕괴된 ‘학동 4구역 재개발 구역’은 광주의 대표적인 노후 주택 밀집 지역입니다. 현재 공사 현장 주변 인접 건물들은 대부분 철거된 상황입니다.
사건 당일 철거 업체는 굴착기를 동원해 건물 5층 부분을 철거하고 있었습니다. 건물 높이와 비슷한 토산에 굴착기를 올려 한 층씩 부수며 내려가고, 안쪽부터 바깥 방향으로 건물 구조물을 조금씩 철거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한 관계자는 “작업자 4명이 건물 내부와 외부에 있었으나, 건물에서 소리가 나는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나 모두 대피했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인도에 있는 보행자들의 통행은 제지했지만 차량 도로까지 통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즉각적인 교통안전 통제가 이루어졌다면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참변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붕괴 재개발 시행사 HDC현대산업개발 권순호 대표이사는 오늘(10일) 오전 0시10분쯤 사고 현장에 도착해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에게 뭐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권 대표는 “사고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바로 내려왔다”며 “일어나선 안될 사고가 일어났고 아직도 떨리는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회사는 원
아울러 “모든 건설회사가 안전관리를 최우선으로 한다.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에 대해 광주시민과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재차 사과입장을 밝혔습니다.
[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 jzero@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