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변호사, 고인과 통화 후 조사 연기
"조사 연기·2차 가해로 압박 커진 듯"
성추행 피해 호소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 모 중사의 국선변호사가 결혼 등의 이유로 피해자의 변호를 못 하겠다고 밝히면서 군검찰 1차 피해조사일 나흘 전 국선변호사가 교체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오늘(8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선변호사였던 A 법무관은 자신의 결혼식 전날인 지난달 7일 이 중사에게 전화를 걸어 "결혼식 등으로 국선변호사가 바뀔 것"이라며 같은 팀에 근무하는 동료 B 법무관의 이름을 이 중사에게 알려줬습니다.
A 법무관은 지난 3월 9일 이 중사의 국선변호사로 선임됐습니다. 그러나 그는 일주일간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했기에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를 바꿀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후 공군은 지난달 14일 A 법무관과 같은 팀에 소속된 B 법무관을 국선변호사로 추가 지정했고, B 법무관은 지난달 17일 이 중사에게 연락해 향후 수사를 안내하고 일정을 조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1차 조사 일정이 5월 21일에서 6월 4일로 변경됐습니다.
공군 측은 이에 대해 피해자의 요청으로 조사 일정을 변경했다고 주장했으나 이 의원은 이 중사와 첫 통화를 했던 B 법무관이 나흘 뒤인 21일까지 준비를 마치기에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미룬 것 아니냐고 반박했습니다.
새 국선변호사는 검찰 조사에 앞서 피해자·가해자·참고인 진술자료, 증거자료 등 사건자료를 분석 및 파악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 피해자인 이 중사를 직접 만나 사건 경위와 피해 상황 등을 직접 확인했어야 하는데 조사일까지 시간이 촉박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 중사는 B 법무관과 통화한 다음 날인 지난달 18일 20비행단(충남 서산)에서 15비행단(경기 성남)으로 전속 이동해야 했기에 교체된 국선변호사를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 의원은 "이 중사는 성남 비행단에서 '난 네가 왜 여기 온 줄 안다'는 동료의 말을 듣고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며 "결국 이 중사는 조사 연기와 2차 가해 등에 따라 심리적 압박감이 커지면서 당초 조사일이었던 5월 21일 밤 극단적 선택을 결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 중사에 대한 군검찰의 피해 조사가 사건 발생 후 석 달, 검찰 송치 후 두 달 만에 이뤄지는 등 늦어지게 됐다"며 "만약 피해자가 당초 예정됐던 21일에 검찰 조사를 받았더라면 그날 밤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 중사의 첫 번째 국선변호사였던 A 법무관은 이 중사와 생전 단 한 차례의 면담도 하지 않았다며 어제(7일) 유족 측으로부터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당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A 법무관 측 이동우 변호사는 "3월 9일 국선변호인 지정 후 같은 달 18일 이 중사와 첫 통화를 시작으로 통화 7차례, 문자 메시지 12차례를 주고받았다"며 "여러 차례 통화하면서 극단적 상황이 예상됐다면 조처했겠지만 피해자가 변호인 측에 직접적으로 그런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A 법무관 측은 이 중사로부터 "신경 써줘 고맙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도 부연했습니다.
또 공군 법무실이 이 중사의 사진을 돌려보며 얼굴 평가를 했다는 보도도 사실이 아니며 신상을 노출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이들은 "해당 의혹을 보도한 기자와 기사에 언급된 법조계 관계자 등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민간 검찰에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 jejuflower@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