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죽었으면"…남편 칫솔에 락스 묻힌 40대 아내 '집행유예'

재판부, 징역 1년 6개월, 집유 3년 선고
"죄질 불량…범행 시인 및 반성"

칫솔에 락스를 뿌려 남편을 해치려고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에게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오늘(8일) 대구지법 형사2단독(김형호 판사)는 특수상해미수 혐의로 기소된 A 씨(46)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A 씨의 범행은 계획적이며 피해자가 눈치를 채지 못했다면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면서 “자녀들도 심한 충격을 받은 점,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에 비추면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범행이 미수에 그쳤고,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점과 별다른 범죄 전력과 재범의 위험성이 없는 점 등을 감안했다”며 양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앞서 A 씨는 2019년 1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남편 B 씨(47)가 출근한 후 칫솔 등 세면도구에 10여 차례에 걸쳐 락스를 뿌리는 등 남편을 해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B 씨는 위장 쪽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작년 1월 건강검진에서 위염 및 식도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칫솔에서 락스 냄새가 난다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B 씨는 칫솔 등의 방향을 일정하게 맞혀놓고 출근했고, 퇴근 후 칫솔 방향이 달라져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미심쩍게 생각한 B 씨는 화장실 내부에 녹음기와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당시 녹화된 녹음기와 카메라에는 “왜 안 죽지”, “오늘 죽었으면 좋겠다”, “몇 달을 지켜봐야 하지”, “락스물에 쳐 담그고 싶다” 등 혼잣말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B 씨가 처음부터 아내를 의심한 이유는 아내가 불륜을 저지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14년에 A 씨는 다른 남성과 “추석 당일 만나자”는 문자를 나누다 남편에게 들켰습니다. 이에 2019년 B 씨는 아내의 외도를 추궁하다가 이혼 요구를 받는 등 부부관계가 악화됐습니다.

한편 B 씨는 수집 증거를 바탕으로 대구가정법원은 지난해 4월 피해자 보호 명령을 청구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구가정법원은 A 씨에게 주거지에서 즉시 퇴거하고 B 씨의 주거지와 직장 100m 이내 접근하는 금지하는 임시보호명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아내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지난해 4월 살인미수 혐의로 A 씨를 고소했습니다.

[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 jzero@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