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인생 첫 스승…지켜봐 달라" 추모
"건강해지셔서 꼭 제 경기도 보러 오시고 제 감독님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강인(20·발렌시아)의 축구 인생 '첫 스승' 故 유상철 전 감독은 결국 제자 이강인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하고 영면했습니다.
췌장암을 투병 중이던 유 전 감독은 어제(7일) 오후 7시쯤 서울 아산병원에서 향년 50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 전 감독은 지난 2007년 축구 예능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를 통해 이강인과 스승과 제자로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후에도 이강인은 유 전 감독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따랐고, 현재 남자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는 등 차세대 미드필더로 성장했습니다.
유 전 감독은 생전 방송에서 제자 이강인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올해 초 유튜브를 통해 방영됐던 다큐멘터리 '유비컨티뉴'에서 유 전 감독은 "건강한 일주일이 주어진다면 강인이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보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이강인도 "건강해지셔서 꼭 제 경기도 보러 오시고 감독님이 되어주셨으면 좋겠다"며 "어렸을 때의 추억이 너무 좋았다"라고 '날아라 슛돌이' 시절을 회상했습니다.
그러나 유 전 감독은 끝내 이강인이 뛰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가나와의 평가전을 앞둔 이강인은 코로나19 수칙에 따라 정해진 장소 외에는 이동할 수 없어 유 전 감독의 조문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에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유 전 감독에 대한 감사 메시지와 작별 인사를 건넸습니다.
이강인은 유 전 감독을 '축구 인생의 첫 스승'이라고 칭했습니다. 그는 "제 나이 7살, 축구 선수라는 꿈만으로도 마냥 천진했던 시절 감독님은 제게 처음으로 축구의 재미를 알려주신 감사한 분이셨다"며 "아주 어린 나이였지만 축구에서 있어서만큼은 제게 항상 진지하고 깊이 있는 가르침을 주셨다"라고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이어 "그때의 가르침이 지금까지 제가 걸어온 축구 인생의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던 것 같다"며 "감독님이 저에게 그러셨던 것처럼 저도 앞으로 후배들 그리고 대한민국 축구의 밝은 미래와 무궁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 제가 감독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계신 곳에서 꼭 지켜봐 달라"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유 전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전천후 멀티플레이어로 꼽히는 전설적인 선수로 2002 월드컵 당시 4강 진출의 주역이었습니다.
실제로 유 전 감독은 골키퍼를 제외한 전 포지션으로 프로축구 베스트11에 선정된 바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과 함께 2002 월드컵 공식 BEST 11에 선정된 유일한 한국 선수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9년 6월, 프로축구 인천의 사령탑으로 선임된 유 전 감독은 같은 해 11월 시즌 중 췌장암 4기 진단을
"꼭 이겨내서 운동장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라고 다짐한 그였으나 최근 병세가 악화하며 유 전 감독은 결국 그라운드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습니다.
[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 jejuflower@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