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후 주저앉은 여성 부축했을 뿐"…추행범 몰린 男 무죄

女 "처벌 원하지 않아"→지구대 찾아 피해 호소
법원 "피해 주장 진술 일관되지 않아"

화장실에서 넘어진 여성을 부축했다가 추행 혐의로 법정에 선 남성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8단독 차주희 부장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 씨(20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앞서 A 씨는 지난해 봄 대전의 한 식당에서 용변을 위해 화장실 앞에서 대기하던 중 몸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은 여성 B 씨에게 차례를 양보했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간 B 씨는 장금장치를 걸지 않은 채 구토한 뒤 밖으로 나와 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이 모습을 본 A 씨는 그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B 씨는 “(A 씨가) 정면에서 신체 일부를 만졌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과 검찰 조사 후 A 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에 A 씨는 “(B 씨가) 넘어지기에, 아무 생각 없이 일으켜 준 것”이라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한편 대전지법 형사8단독 차주희 부장판사는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 등 자료가 없다는 점을 비롯해 B 씨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가졌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화장실 구조 등 정황상 ‘정면에서 신체를 만졌다’고 보기 어려우며,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일관되지 않은 B 씨의 설명으로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또한 사건 당일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에게 “처벌을 원하지 않으니 돌아가 달라”고 말했으나, 한 시간 정도 뒤 지구대에 직접 방문해 피해를 호소한 점도 부자연스럽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이에 차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B 씨를 부축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신체 일부가 닿았는데, B 씨 입장에서는 일부러 추행했다고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 jzero@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