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기자들이 아프간 전쟁에 파병된 브라이언 아이쉬 가족을 10년간 카메라에 담아낸 다큐멘터리 '아버지 군인 아들'에서 상이군인인 브라이언은 '다리 잃었지만 그럴 가치 있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브라이언과 그의 가족이 겪은 고통은 극심했지만, 국가를 위해 몸을 던졌다는 자부심은 대단했습니다. 아들을 설득해 자신과 같은 군인의 길을 걷게 했으니까요.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바이든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94세의 한국전쟁 영웅에게 미군 최고의 영예인 명예훈장을 수여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또, 2차 대전 때 숨진 로버트 파커 중위를 78년 만에 찾아내 그 유해라도 가족에게 돌려줬습니다. 미군 묘지 실종자 명단에 있는 파커 중위의 이름 옆에는 이제 더 이상 실종자가 아님을 알리는 장미 리본이 붙었죠.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요? 지난 4월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가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 난 천안함 폭침 원인을 재조사하자고 했었죠. 그때 한 천안함 생존자는 '군인 여러분, 국가를 위해 희생하지 마세요. 저희처럼 버림받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게다가 이런 말까지 나오고 있죠. 북한의 목함지뢰로 두 다리를 잃은 장병에게 '전상' 아닌 '공상' 판정을 내렸던 나라,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책임'임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나라, '천안함 재조사' 운운하며 나라 위해 희생한 장병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나라.
미국에서는 최고 훈장인 '명예훈장'을 받은 사람에게 대통령이 먼저 경례해 예우합니다. 또 제복을 입은 군인에게 비행기 일등석을 양보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6·25 참전유공자는 대부분이 90대 고령인데 폐지를 수집하며 힘겹게 사는 이가 많지요.
모레 현충일은 의례적인 추념식을 하는 날이 아니라, 이 땅을 지켜준 국가유공자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고 떠받드는 계기가 되는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유공자가 대접받는 나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