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어벤져스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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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연합뉴스 |
과거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여성이 최근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이 여성이 4년 전 한 커뮤니티에 글을 작성하며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늘(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숨진 피해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A씨가 '길고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2017년 11월 10일, 사망하기 4년 전에 올린 글이었습니다.
이 글에서 A씨는 2017년 9월 당시 성추행 당했던 때를 회상하며 "2차로 노래방에 갔을 때 과장님이 손을 꼭 부여잡고 '너를 총애하는 거 알지'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널 볼 때마다 집사람 생각이 난다'며 허벅지 등을 만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몇 번 도망갔는데도 따라와서 볼을 부비며 '오빠가 인사 잘 봐 줄게'라거나 '너 탄탄대로 걷게 해준다'며 XX 여자 끌어안듯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A씨는 다음날 상사B씨에게 사과를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건 '증거가 있느냐', '과장이 너를 아꼈다'는 기관장의 말이었다고 전하며 내부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해 경찰에 고소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후 직장 내 2차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글을 약 10개 가량 더 올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17년 당시 A씨는 글과 함께 문자 메시지 캡처본을 하나 올리는데 "그 여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떠들고 다니는데 확인 안 되고 사무실 출근도 안 하고 전과 16범이라네요 과장님 좋은 분인데 맘고생으로 살이 쪽 빠졌대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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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진 전직 공무원이 남긴 게시글 / 사진 = 커뮤니티 캡처 |
약 1년 뒤인 2018년 9월에 A씨는 글 1개를 더 올립니다.
'성범죄 피해자로서 남기는 글'이라는 게시글에서는 "직장에 복귀하는 건 사실상 포기했으며 주위 사람은 절 떠났고 사람들로부터 '네가 똑바로 처신 못 해서 그런 거 아니냐'는 소리를 귀에 박히도록 들었다"는 호소의 목소리가 담겼습니다.
특히 "상사의 완강한 부인 끝에 거짓말 탐지기까지 받고 나서야 기소됐고 그는 아직도 어깨만 쓰다듬으면서 격려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하며 "그냥 내가 참고 넘어갔어야 하나 자책한 적도 많고 자살 충동은 수도 없이 느꼈다"고도 말했습니다.
남인천 세무서 소속 5급 공무원이었던 상사B씨는 당시 강제 추행을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바 있습니다.
경찰조사에서 상사B씨는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자신의 행동을 부인했고 오히려 피해자를 가리켜 "무단결근 하는 등 근무태도가 좋지 않은 A씨가 징계를 피하려고 나를 음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인천지법은 B씨에게 벌금 250만 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으며 1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제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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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진 전직 공무원이 남긴 게시글 내 문자 메시지 / 사진 = 커뮤니티 캡처 |
숨진 A씨를 발견한 건 유튜브 채널에서 청소업체 직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클린어벤져스였습니다.
과거 프로그램을 통해 A씨에게 도움을 주면서 알고 지냈던 클린어벤져스는 며칠 전 새벽 2시에 A씨로부터 전화가 왔으나 받지 못해서 불안한 마음에 집을 찾아갔다가 A씨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 겁니다.
클린어벤져스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A씨가 담긴 영상을 삭제한다며 올린 공지에서 "반려동물을 사랑하고 남에게 피해끼치기를 극도로 싫어했으며 저희가 아는 누구보다 착하고 여리신 분"이라고 A씨를 묘사했습니다.
이어 "고인을 이렇게 비극으로 만들어 놓은 해당 피의자는 아직도 고위직 공무원으로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다고 한다"며 "너무도 화가 나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라고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 tkfkd1646@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