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소송' 유승준 측, 병역기피 부인 "20년이나 문제될 일인가"

유씨 측 "과거 이런 처분 받은 사람 없어"
LA총영사관 "대법, 사증발급 명하지 않아"

↑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5) / 사진=유튜브 캡처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5) 씨가 한국 입국 비자를 발급받게 해 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두 번째 소송의 첫 재판이 오늘(3일) 진행됐습니다. 유 씨 측은 "이게 20년이나 문제 될 사안인지 의문"이라며 성토했습니다.

유 씨 측 "20년간 논란 만든 건…" 정부에 화살

오늘 오후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정상규 부장판사) 심리로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대상으로 한 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열렸습니다. 행정소송은 당사자 출석 없이 심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유 씨의 소송대리인들만 법정에 나왔습니다.

유 씨의 소송대리인은 20여 년째 유 씨의 입국이 금지된 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리인은 "유 씨는 병역을 면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게 아니다"라며 "다른 사람은 국적을 취득해 병역을 면했단 이유로 이런 처분을 받은 사례가 없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유 씨는 병역 면탈이 아니라 이미 미국 영주권을 가진 사람이 절차에 따라 시민권 취득을 선택한 것"이라며 "피고 측은 '논란이 있다'는 이유로 유 씨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하는데, 원인과 결과가 바뀌었다. 20년 동안 논란이 되도록 만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라고 우회적으로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대법, 비자발급 위법 판단" vs "사증발급 명령 아냐"

유 씨 대리인은 대법원의 판결 관련 해석을 놓고서도 LA 총영사관 측과 논쟁을 벌였습니다.

앞서 2015년, 유 씨는 한국 법원에 재외동포(F-4) 비자 발급을 신청했으나 LA 총영사관이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2심은 "입국 금지 결정에 구속돼 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은 적법하다"며 원고 패소를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과거 법무부의 입국 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대법원 판단은 비자발급 거부 과정이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었을 뿐, 비자를 발급하라는 내용을 담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에 유 씨는 승소 판결 확정 후 비자 발급을 신청했으나 정부는 '재외동포법 거부'를 근거로 유 씨에 대한 입국을 재차 거부했습니다.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 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무부 장관은 재외 동포 체류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리인은 "대법원은 (유 씨의 비자 발급 건에 대해) 총영사관의 재량권이 행사돼야 한다며 애써 기준과 방침까지 명시적으로 판단했다"면서 "LA 총영사관은 취지를 무시한 채 또다시 거부 처분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LA 총영사관 측은 "대법원은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은 부분이 잘못이라고 언급했다"며 "사증발급을 명하는 취지의 내용은 없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학계에서 사증발급은 일반적 행정청에서 이뤄지는 처분에 비해 더 넓고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된다"며 "미국과 일본은 사증발급에 관해 사법 판단을 자제하고 행정청을 존중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유 씨 측은 법무부가 앞선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검토해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사실조회를 해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양측의 입장을 확인한 재판부는 유 씨 측에 "재외동포에게 한국 입국의 자유가 헌법상 기본권의 자유라고 볼 수는 없는데 이를 어떻게 볼 것인지 분명히 해 달라"고 당부했으며 LA 총영사관 측에는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병역 기피 목적으로 외국인이 된 사람도 38세 이후에는 한국 체류 자격을 주는데, 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지 검토해달라"라고 했습니다.

유 씨의 비자 발급을 둘러싼 재판 2회 변론기일은 오는 8월 26일 열립니다.

유 씨 "약속 못 지킨 게 죄냐" 분노

↑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5) / 사진=유튜브 캡처

한편, 2000년대 초반 인기 가수로 활동했던 유 씨는 '착한 청년'이란 별칭이 있을 만큼 대중적으로 높은 호감도를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대중들에게 입대를 약속했던 유 씨는 2002년 1월 해외 공연을 이유로 출국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습니다.

유 씨가 병역 기피를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논란이 이어지자 병무청은 "공연을 위해 국외여행 허가를 받고 출국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사실상 병역의무를 면탈했다"며 법무부 장관에게 입국 금지를 요청했습니다. 법무부가 입국 금지 결정을 내리면서 유 씨는 2002년 한국 입국이 제한됐습니다.

유 씨는 비자 발급 신청 거부와 관련해 개인 유튜브 방송을 통해 "약속 못 지킨 게 죄냐. 너넨 평생 약속한 거 다 지키고 사냐"며 분노한 바 있습니다.

[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 youchea62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