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 행세를 하면 클럽 등에서 만난 여성들로부터 2억원에 가까운 돈을 뜯어낸 2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재력가 집안에 자신도 아파트와 좋은 직장을 다닌다는 식으로 여성들의 호감을 샀으나 실제로는 무직에 재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여성들에게 뜯어낸 돈으로 유흥비와 불법 도박 등으로 탕진까지 했다.
창원지방법원 형사4단독 안좌진 판사는 사기 및 국민체육진흥법위반(도박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28)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교제하는 여성들로부터 어머니의 병원비 등 명목으로 거액을 차용한 다음 이를 도박자금과 생활비 등으로 탕진했다"며 "피해액 중 일부만 반환된 점과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무직인 A씨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고 어머니가 재력가라는 식으로 피해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어 돈을 수십차례씩 빌린 뒤,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연락을 일방적으로 끊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지난 2017년 초순 부산의 한 클럽에서 B씨를 처음 만나 그 다음달부터 그해 11월까지 9개월여간 교제했다. 이 과정에서 "양산 덕계 쪽에 내 명의 아파트가 있다"며 "컴퓨터 도면을 그리는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회사에 돈이 필요하다. 돈을 빌려주면 바로 갚겠다"고 속여 50여만원을 빌린 것을 시작으로 105회에 걸쳐 합계 55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A씨는 B씨가 빌린 돈을 갚으라고 하자 "어머니 사망 보험금이 나오면 변제하겠다"고 속이기도 했다. A씨의 어머니는 건강하게 생존해 있었다.
A씨는 B씨와 교제중이던 같은 해 8월께 대구의 한 클럽에서 C씨를 알게 돼 이듬해 1월까지 교제했다. A씨는 C씨에게도 역시 "해운대 마린시티에 내 명의로 된 집이 있고 어머니가 서울에서 편집숍을 크게 하고 있다. 어머니가 나에게 명품 편집숍을 차려 줄 것인데, 그 동안 공장에 다니고 있다"고 속여 C씨의 환심을 샀다. 이어 "어머니 병원비가 필요하니 돈을 빌려 달라. 양산 덕계에 있는 아파트 보증금을 받으면 돈을 갚겠다"고 속이며 그해 9월 60만원을 송금받은 것을 시작으로 4개월여간 50회에 걸쳐 2855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범죄행각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A씨는 지난 2019년 모바일 채팅앱에서 만난 D씨에게도 항공사 설계팀에 근무한다고 속여 교제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 장례비가 필요하다", "어머니 상속 관련 변호사 선임비가 필요하다"고 속여 318회에 걸쳐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피해여성들을 속여 가로챈 돈을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이 사건으로 심각한 정신적·경제적 타격을 입었으며, 일부 피해자의 경우 가족관계가 무너지고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창원 = 최승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