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실내를 피해 야외 운동을 하시는 분들도 늘어났는데요. 특히 요즘은 테니스가 인기입니다.
이러다보니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공공테니스장을 이용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를 위탁 운영하는 한 업체가 특정인들에게 웃돈을 받고 불법으로 테니스 코트를 연 단위로 빌려준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포커스M에서 손기준·김민형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도심의 한 공공테니스장입니다.
9개 코트 중 5개를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나머지 4개를 레슨에 이용하는데, 시설과 위치 모두 좋아 인기가 많습니다.
평일 2시간에 8천 원, 주말에 1만 4백 원일 정도로 가격이 저렴해 좋은 시간대를 예약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일주일 단위로만 예약이 가능하다 보니 예약이 시작되는 날에는 '클릭 전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 스탠딩 : 손기준 / 기자
- "한 주의 예약이 시작되는 월요일 오전 10시입니다. 보시다시피 평일 낮 시간대를 제외하고 모두 예약이 꽉 찬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곳을 위탁 운영하는 업체가 예약 없이 비싼 가격으로 한 해 동안 특정시간대 일부 코트를 빌려준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취재진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예약 없이 테니스장을 방문해 봤습니다.
▶ 인터뷰 : 테니스장 관계자
- "간단하게 네 명이 재밌게 치려고 하는데."
- "일주일에 한 번씩요? 일단 주말이 지금 토요일에 저녁 시간대가 있어요."
그러더니 기준 가격보다 9배나 높은 금액을 요구하고, 연 단위 현금 결제까지 얘기합니다.
▶ 인터뷰 : 테니스장 관계자
- "비용은 어떻게 돼요?"
- "시간당 4만 5천 원. 13.5 곱하기 52주 하시면 되겠죠. 702만 원이요."
높은 가격으로 1년 대관을 약속하면 그 시간대 해당 코트의 예약을 완전히 막아버리겠다고도 합니다.
그래도 되냐고 물었더니 일반 예약은 전체 시간의 절반만 열어놓으면 된다고 걱정 말라고까지 확언합니다.
▶ 인터뷰 : 테니스장 관계자
- "인터넷 예약도 저희가 줄 수 있는 게 서울시와 얘기한 건 51%를 주면 돼요. (홈페이지는) 블록을 시켜 드리죠."
암암리에 웃돈 예약이 이뤄지는 사이 일반 이용자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입니다.
취재진이 이 업체가 운영을 맡은 2019년 10월 말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시에 제기된 민원 자료를 분석해 보니,
전체 민원의 40%가 '암암리에 연 단위 대관이 이뤄지고 있어 일반인은 예약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불만이었습니다.
▶ 스탠딩 : 김민형 / 기자
- "이곳은 서울시의 공유재산입니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조건 하에 해당 업체가 운영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정상적인 예약 절차 없이 웃돈을 받고 통으로 코트를 빌려주는 '회원제' 운영은 당연히 금지돼 있습니다.
위반 사실이 적발될 경우 '주의'와 '경고'를 거쳐 3차례 행정처분을 받게 되면 사용 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테니스장은 해당 업체가 운영을 맡은 이후 행정 처분 아래 단계인 행정 권고만 3차례 받았습니다.
관리·감독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는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행정처분이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 인터뷰 :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
- "(예약) 신청을 많이 한다고 그렇게 들었습니다. 조사했을 때 관련 민원인이 제기한 내용에 대해서 입증이 될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어요."
해당 테니스장도 취재진의 공식 해명 요청에 대기 수요가 많아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만 설명했습니다.
▶ 인터뷰(☎) : 테니스장 관계자
- "저희가 보통 동시 접속자가 6천 분이 넘으세요. 경쟁률이 110:1까지 나오는 정도예요. 두 시간 단위로 주다 보니까 사용할 수 있는 인원이 되게 제한적이잖아요. 그래서 불만이 좀…."
예약을 사전에 막는 것에 대해서도 아예 그런 일이 없다고만 주장했습니다.
▶ 인터뷰 : 테니스장 관계자
- "예약 시스템을 막아놓는단 얘기도 들렸는데. 서울시랑 협의된 건 없나요?"
- "전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증거를 내놓자 녹지사업소 측은 공유재산법 25조에 따라 사용허가 취소 등 강력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두 곳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해당 시설을 포함한 운동시설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 인터뷰 : 전용기 / 더불어민주당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
-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조사를 통해서 잘못된 관행들을 명명백백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
시민을 위해 만든 공간만큼은 위탁 운영하는 민간업체가 폭리를 취하는 일이 없도록 더 철저하고 공정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MBN뉴스 김민형입니다.
영상취재 : 김재헌·김준모·김회종·김영진·김현우 기자
영상편집 : 김경준·이범성
그래픽 : 임지은
자료제공 :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