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라는 가면 뒤에 숨어 한없이 비열했던 과거 부끄러워"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해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에게 2심 재판부가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며 징역 42년을 선고했습니다.
조 씨와 함께 기소된 이들도 기존 혐의를 대부분 인정받고 1심과 비슷한 수준의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고법 형사9부(문광섭 부장판사)는 1일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과 범죄단체 조직·범죄수익 은닉 등 혐의로 2차례 기소된 조 씨에게 총 징역 4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30년, 1억여 원 추징 등의 명령은 1심대로 유지됐습니다.
조 씨는 앞서 2차례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1월 징역 40년을 선고받았고, 올해 2월에는 징역 5년을 추가로 선고받았습니다. 이번 항소심에서는 두 재판이 병합됐습니다.
함께 기소된 전직 공익근무요원 강 모(25) 씨는 2건의 1심에서 징역 13년과 징역 2개월을 각각 선고받았으나, 이날 항소심에서는 병합해 징역 1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전직 거제시청 공무원 천 모(30) 씨는 징역 15년에서 징역 13년으로 형량이 감경됐습니다.
'박사방' 유료 회원인 임 모 씨와 장 모 씨는 각각 1심과 같은 징역 8년과 7년을 선고받았고, 미성년자인 '태평양' 이 모(17) 군도 장기 10년·단기 5년의 징역형이 유지됐습니다.
조 씨는 박사방이 범죄집단이 아니라며 검찰의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조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부분의 공소가 기각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조주빈은 박사방이란 전무후무한 성착취 범죄집단을 조직해 조직원들에게 역할을 분담시켜 다수 피해자를 유인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했으며, 이 과정에서 제3자에게 아동·청소년인 피해자를 성폭행하도록 지시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디지털 성범죄를 일종의 오락으로 삼아 가담자를 끌어들여 수많은 가해자를 양산하고 피해를 누적했다"며 "영상들이 계속 유포될 가능성이 있어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고 피해자들이 엄벌을 구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일벌백계의 목소리가 높다"고 질타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 아버지의 노력으로 피고인이 원심에서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고, 항소심에서도 피해자들과 추가로 합의해 다소나마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한편 조 씨는 이날 "제 죄의 무게를 인정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조 씨의 아버지는 이날 항소심 선고 공판 후 조 씨로부터 전달받은 사과문을 공개했습니다. 조 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은 반성문으로 피해자분들께 사과드리며 사회 앞에서는 침묵을 지켰다"라며 "늦었지만 이제나마 진심으로 모든 분께 말씀을 전합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처음엔 세상의 손가락질이 무서워 그저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저 스스로가 어렴풋이 보였다"며 "죄스럽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적었습니다.
조 씨는 또 "자신이 흐르게 한 타인의 눈물은 언젠가 자신의 마음에 비가 되어 내린다"며 "지금 제 마음속에는 아주 날카로운 비가 그칠 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는 재판이 끝난 뒤에도 항상 반성하며 살겠다며 "법적 의무를 떠나 피해를 갚아가기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 씨는 이어 "염치없지만, 모두가 행복하길 기도하겠다"라며 "박사라는 가면 뒤에 숨어 한없이 비열했던 과거가 너무 부끄럽습니다. 피해당한 분들과 함께해줘서, 뒤틀린 죄인을 꾸짖어주셔서 아프지만 감사할 따름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 씨의 아버지는 "아들 문제로 크나큰 피해자가 생겼고 여기까
한편 조 씨의 변호인은 항소심 결과에 대해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변호인은 1심과 비교해 3년이 감형된 점에 대해 "추가 기소된 범행이 있어 그것도 고려하면 딱히 감형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상고 여부는 조 씨와 논의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 백길종 기자 / 100road@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