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여동생 살해는 우발적 살인"
유가족 측
"20년, 30년 이 고통은 심적으로 평생 가"
"살고 싶어 반성문 쓰는 자체가 어이없어"
서울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태현(25)이 첫 공판에서 “피해자 여동생과 어머니 살해는 계획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늘(1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김 씨의 변호인은 “처음부터 첫 번째, 두 번째 피해자를 살해할 계획은 없었다고 한다”며 “첫 번째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우발적 살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을 살해한 동기에 대해서는 “A 씨가 연락을 차단해 배신감을 느낀 것 때문이 아니고 가까운 친구 사이였다고 생각한 A 씨와 같이 게임을 하던 지인들이 자신을 험담한다는 생각에 빠져 분노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3차례 걸쳐 친분을 쌓았는데 마지막 만난 자리서 사소한 말다툼으로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A 씨가 연락을 차단해 피고인이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연락을 취한 것뿐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덧붙여 “범행 후 도주하지 않고 자살하려 했던 점도 참작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재판 후 법률대리인은 “김태현은 수사 초기부터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현재 죄책감, 후회 등을 느끼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그는 "유가족들에게 너무나 안타까운 사건인 건 사실이며 검찰이 제기한 5개 혐의 모두 인정한다"고 했습니다.
앞서 김 씨는 세 모녀 가운데 큰딸 A 씨를 지난해 온라인 게임을 통해 처음 만났습니다. 개인적인 연락을 주고받다가 지난 1월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지인들과 함께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지난 1월 23일 A 씨를 집 앞까지 바래다주겠다고 고집을 피웠고, 이를 A 씨가 거부하자 말다툼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A 씨가 김 씨와 관계를 끊으려 하자 스토킹을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3월 23일 오후 5시 35분쯤 A 씨 집을 찾아가 택배기사로 가장해 집안에 침입했습니다. 그는 당시 집에 혼자 있던 여동생, 오후 11시 30분에 귀가한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하고 집에 돌아온 A 씨마저 차례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김 씨는 범행 후 A 씨 컴퓨터에 접속해 자신과 관련한 SNS 대화 내용 등을 찾아본 뒤 해당 내용과 친구 목록을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법정에는 피해자 유족 10명이 참석했습니다. 유족 측은 입장 전부터 눈물을 흘렸고 검찰 측이 공소사실을 진술하자 오열했습니다.
이날 발언권을 얻은 유족 측은 “사람 3명을 죽여놓고 자기는 살고 싶어 반성문을 쓰고 있다는 자체가 너무 어이없다"며 "인간도 아니고 인간쓰레기조차 아니다"라며 엄벌을 촉구했습니다. 또한 "(우리는) 10년, 20년, 30년 평생 잊지 못하고 살아간다. 이 고통은 심적으로 평생 간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호소했습니다.
A 씨 고모는 “전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뻔뻔하게 서 있는 모습을 한 김태현에게 시간을 허비하면서 내 올케와 조카를 가슴에 묻을 수밖에 없다”며 “김태현은 온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살인마다. 사형제도가 다시 부활할 수 있게끔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유족들은 변호인이 자살하려고 했던
한편 이날 재판부는 "유가족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나 피고인에 대해 적법한 절차를 따라 재판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김태현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6월 29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 jzero@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