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수 삼성라이온즈 선수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변호사가 발언하자 곧 법정에는 밴드 노라조의 '슈퍼맨'이 재생됐다. "아들아! 지구를 부탁하노라. 아버지! 걱정은 하지마세요. 바지 위에 팬티 입고 오늘도 난 길을 나서네" 변호사는 말을 이어갔다. "다음은 응원가입니다"
반주와 함께 김상수 삼성라이온즈 선수의 옛 응원가가 재생됐다. "상수야! 안타를 날려주세요. 상수야! 신나게 날려주세요. 오늘도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날리고 날리고 날리고 날리고..."
서울고법 305호 법정은 순식간에 흥겨운 리듬으로 가득 찼다. 재판부는 법대 위에서 미동도 없이 원곡과 응원가를 들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서울고법 민사5부(부장판사 설범식)는 지난 27일 작곡가 A씨 등 18명이 삼성라이온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2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재판은 소 제기 당시 응원가를 재생하고, 2차 저작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변형이 이뤄졌는지에 대해 양측이 주장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원고 측은 응원가와 원곡을 이어 재생하고, 피고 측은 가사 없이 음계만 피아노로 연주한 음원을 재생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17년 잡음을 남기고 기아 타이거즈로 이적한 최형우 선수의 삼성라이온즈 시절 응원가가 재생되기도 했다. 원고 측은 먼저 원곡 가수 김원준의 '쇼'를 재생했다. "쇼 끝은 없는거야. 내가 만들어가는 거야"
이어 최 선수의 당시 응원가도 법정을 메웠다. "쇼! 삼성의 최형우 넌 주인공인거야 언제까지나, 영원히" 원고 측은 음악이 끝난 뒤 "살펴보시면 원곡에는 존재하지 않는 4분음표로 레가 삽입됐고, 가사에도 '쇼'가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피고 측은 "곡의 변화가 있었으나 큰 흐름의 변화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재판의 쟁점은 야구단이 개사한 응원가를 원 저작자의 허락 없이 수정한 '2차 저작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2차 저작물이란 원 저작물을 편집해 만들어진 창작물로, 독자적 저작물로서 보호된다. 다만 저작권법 제22조는 원 저작자에게 2차 저작물을 작성해 이용할 권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야구단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저작물 사용 계약을 체결하고 사용료를 지불한다. 원고 측은 이에 대해 "허락 없이 원곡의 악곡과 가사를 변경, 편꼭해 2차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야구장 관객의 흥을
또 "대다수가 대중들에게 익히 알려진 유명한 곡들로, 응원가가 원곡 그 자체라고 오인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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