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대통령이 변호했던 부림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영화 '변호인'은 모두가 기피하는 재판을 맡아 고군분투하는 인권변호사의 일대기를 흥미롭게 담았습니다. 모든 변호사가 영화에서처럼 인권변호사가 될 수는 없겠죠. 흉악범이라 해도 변호를 받을 권리는 있으니까요.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는 법무부 차관 재직 때,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 운용사의 수사상황을 보고 받았는데, 퇴임 후 엄청난 액수의 수임료를 받고 이 사건을 변호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정치적 편향성과 직권남용 의혹은 차치하고라도 정부 내 요직 기용설이 꾸준히 나돌던 그가 피해자가 5천 명이 넘는 2조 원대 사기 사건의 가해자 변호를 맡은 건, 지나친 전관예우라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노트에 이름이 쓰인 사람은 목숨을 잃는다는 일본 영화 '데스노트'가 있지요. 정의당까지 김 후보자를 데스노트에 올렸지만, 청와대가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31일까지 송부해줄 것을 국회에 재요청했으니,야당 동의 없이 강행하는 33번째 장관급 인사가 될 듯합니다.
그런데, 그가 검찰총장이 되면 그렇지 않아도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받는 라임과 옵티머스 사건의 수사는 제대로 매듭지을 수 있을까요?
개혁이라는 한자의 고칠 개는 몸 기와 칠 복을 합친 글자로 자기 자신에게 몽둥이질한다는 뜻이고, 혁 자는 짐승을 매달아 놓고 손으로 껍데기를 홀라당 벗기는 모습을 그린 상형문잡니다. 개혁의 출발은 남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얘깁니다.
1990년대 이탈리아에서는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검사가 주도하던 이탈리아판 '부패와의 전쟁', 깨끗한 손 운동이 있었습니다. 3천여 명의 고위공무원, 의원, 기업인들이 조사를 받고 천여 명에게 유죄판결이 내려져 피에트로 검사는 국민적 영웅이 됐죠.
이 땅에 진정한 검찰개혁이 이루어지려면 검찰 총수의 정치적 중립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도덕적으로 비난받지 않는, 좀 더 깨끗한 손이 수술대를 잡는 건 어떨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데스노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