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완 서울대 캠퍼스타운사업단장(조선해양공학과 교수) [사진 제공 = 서울대 캠퍼스타운사업단] |
코로나19 팬데믹은 토착화되는 앤데믹으로 전환하고 있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다양한 영역에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는 연구와 교육 환경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글로벌 대학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학문간 장벽이 더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고, 하이브리드(온+오프라인) 방식으로 대학 교육의 방식도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사회가 요구하는 대학의 역할도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서울대, 카이스트 등 국내 주요 공과대학들이 MIT, 스탠퍼드 등을 넘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기회다. 추종자를 넘어 전 세계 공과대학을 선도하는 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태완 서울대학교 캠퍼스타운사업단 단장(조선해양공학과 교수)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지금이야말로 서울공대가 MIT나 스탠퍼드 대학을 넘어설 기회"라면서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가 불러온 공학의 시대에 대비해 연구몰입 대학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완 교수는 지난해 1월부터 '서울대학교 캠퍼스타운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 캠퍼스타운사업단은 서울시에서 2023년까지 100억원을 지원해 서울대 정문과 후문 인근 학외에 벤처 기업을 100여개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김 교수는 "창업 육성을 위해 변화, 도전, 혁신이 중요하다"면서 "정책적으로는 한국 관료, 정책입안자들의 순서는 인재, 기술, 자본, 시장 순인데 이를 정반대로 시장, 자본, 기술, 인재 순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어려움에 처한 한국은 위기이자 기회"라며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만드는데 최우선적 정부의 정책은 글로벌 시장 개척이며 이를 위해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과 '글로벌 자본 유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2019년부터 서울특별시 '서울AI(인공지능)발전협의회' 위원으로 위촉돼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AI정책에 대해 자문을 하고 있으며 서울대 AI위원회 AI밸리분과의 분과장도 역임하고 있다.
아래는 김 단장과의 일문일답.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이 필요할지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은 사물인터넷(loT), 빅데이터, 블록체인, 스마트 모빌리티, 인공지능, 3D 프린팅 등입니다. 이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유니콘 기업이 많이 나타나야 합니다. 한 분야에서 유니콘 기업이 등장하려면 수 천, 수 만의 스타트업이 경쟁을 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젊은이들의 도전을 지원하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도전, 지원, 미래 비전의 3요소가 모여 역동적인 한국 스타트업의 독자적인 생태계 모델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라는 방향성 설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내수용 비즈니스 모델만으로 부족합니다. 훨씬 더 큰 글로벌 시장에 먹힐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과 지향점을 설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부문 중에서도 인공지능(AI) 혁명이라고 따로 명명될 정도입니다. 인공지능은 틈새 기술 섹터의 차원을 넘어 산업과 도시, 국가, 세계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것입니다. 이제 스마트 개념을 넘어 인공지능 도시, 인공지능 국가관리, 인공지능 경제 블럭, 인공지능 세계가 출현할 것입니다. 국가적으로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에 관심과 지원을 집중해야 합니다. 바람직한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의 구성을 위해 '세계를 선도할 인공지능 강국'을 국가적 차원에서 방향성으로 삼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코로나 19는 일과성 사건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앞당기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유럽에서 흑사병이 르네상스 시대의 탄생을 앞당겼던 것처럼 말입니다. 즉 코로나19 상황이 속도가 느렸던 새로운 교육혁명을 더 빠르게 만들 것입니다. 전통적 교육방식은 IT 기술의 접목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본격적인 에듀테크(Education+Technology)로 전환될 것입니다.
온라인 강의와 교육은 오프라인 대면 교육의 지원 및 보완 요소가 아니라 주체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코로나19 이전 시도됐던 비대면 온라인 교육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속화하는 상황인데, 이것은 우리나라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온라인 수업은 학생마다 다른 학습 속도에 맞춰 진행할 수 있습니다. 자기주도형 맞춤학습이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중요한 건 교육 부문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가 능동적으로 새로운 교육환경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교육이 대세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교육은 온라인 교육에 대한 선입견과 낯섬을 극복해야 성공적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런 대세는 학교와 강의실에서만 접했던 지구 생태계에 대한 문제와 관심, 글로벌 시민의식, 공감과 공유를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청년 취업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동시에 저출산 고령화로 국가 경쟁력이 상실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까요.
▷팬데믹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습니다. 모든 연령층의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청년 취업은 최악입니다.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재난지원금으로 급한 어려움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과는 다른 정책을 제안합니다. 현재 은행금리는 연 1% 정도입니다. 옛날의 '재형저축'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는 금리가 높아 국민 대부분 가입했던 저축상품입니다. 이러한 상품을 현재의 시점에서 부활시켜 보자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청년재난지원금' 개념으로 연 6%의 이자를 정부 세금으로 지원해 주자는 것입니다.
은행 이자 1%와 합쳐 연이자 7%를 청년 세대, 저의 생각으로는 남성인 경우 군대 마치고 대학 졸업하는 26세부터 35세까지 9년간, 여성의 경우에는 대학 졸업하는 24세부터 33세까지 9년간, 월 100만원의 '청년재형저축' 가입하기 운동을 적극 추진하자는 것입니다. 9년간 월 100만원의 적금을 든다면 남성은 35세에, 여성은 33세에 각각 1억 5000만원을 모을 수 있습니다. 결혼 적령기인 그 때 남녀가 결혼을 한다면 3억원의 목돈을 갖게 됩니다. 즉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본 자산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연간 약 70만원 정도를 추가 이자로 지원해 주었는데, 9년 후인 결혼 적령기에 3억원의 목돈을 쥘 수 있다는 것은 청년들에게 큰 희망이자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정부의 정책은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청년에게 실직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제도가 있으면 월 100만원의 적금을 들기 위해 공무원 시험 공부하느라 많은 허송 세월을 보내는 대신 중소기업에 적극적으로 취업을 할 것입니다. 그러면 중소기업의 구인난(求人難)도 해결될 수 있습니다. 결국 취업해야 할 동기부여를 청년들에게 주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집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현재 가장 심각한 저출산 문제까지 해결할 단초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졸업, 취업,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희망의 한국형 청년 드림(Dream) 선순환 시스템에 대한 비전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70만원씩 9년, 즉 630만원의 지원을 통해 한 청년에게 취업, 결혼, 출산에 대한 비전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서울대 공대가 세계 톱클래스 대학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어떤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서울공대는 MIT나 스탠퍼드와 총성 없는 전쟁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들과 미래에 전쟁 수준의 경쟁에서 이길 전략을 지금부터 만들고 전술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들을 부러워만 하면 세계 선도대학 서울공대는 허상에 불과합니다. 서울공대의 비전인 글로벌 가치 창출, 글로벌 지도자 양성도 머나먼 꿈입니다. 현재의 교육, 연구의 가치와 실현을 위한 방법도 코로나19를 계기로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혁명, 팬데믹은 모두 공학에 해결책과 응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지금 시대는 공학의 시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공대는 과감하게 혁신을 시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공대 혁신은 3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먼저 강의 시수를 학기당 3학점으로 줄여야 합니다. 강의시수에 쫓기는 상황에서는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석학들이 모인 서울공대에서 세계를 이끌어 갈 연구가 시도될 수 없습니다. 강의 시수가 줄어들면, 학생들 입장에서 고퀄리티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로는 AI 튜터와 AI 챗봇의 도입을 서둘러야 합니다, 해외의 선도적 대학들처럼 서울공대도 상용 피아짜(Piazza)와 같은 학습관리시스템을 도입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질문에 학생, 교수, 조교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질의응답을 활발하게 할 수 있습니다. AI 챗봇을 도입하면 강의와 평가까지 해낼 수 있습니다. AI 도입으로 강의 혁신을 이루면, 서울공대의 연구성과와 학생들의 학습의 질까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연구와 창업 혁신입니다. 세계 기술 혁신의 무대에서 연구하고 창업도 해야 합니다. 실리콘밸리에 'SNU 글로벌 R&D센터'를 설립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 유니콘 기업을 배출해야 합니다. 또한 글로벌 창업에서 성공률을 높이려면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공대 교수 중심의 창업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또한 대학원 학생들과 함께 창업하는 실험실 창업이야말로 적극 추진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실험실 창업에는 약 3년간 매년 3억원 가량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합니다.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서울공대가 되려는 각오가 없으면, 서울공대의 혁신은 불가능합니다. 도전과 창의가 서울공대의 정신입니다. 세계 최고와 승부를 벌이겠다는 패기와 열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지금 당장 무엇을 시작해야 하는지 길이 보입니다. 어쩌면 산업혁명 이후 처음일 수 있는 공학의 시대를 맞아 서울공대에게 지금은 놓치지 말아야 할 대기회입니다.
-서울대 역시 스탠퍼드나 MIT와 같은 창업 전진기지가 될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요. 최근 성과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수익성 관점의 창업에만 당장 매달리기보다는 좀 더 큰 안목으로 글로벌 시장을 목표하는 창업이 서울대 스타트업 생태계의 지향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가 추진중인 관악S밸리 조성사업은 서울대의 우수 인재와 연구역량을 바탕으로, 아시아 최대 스타트업 육성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스타트업이 태동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글로벌 진출도 과감하게 시도하는 게 목표입니다.
서울대는 '서울시 지원 대학 캠퍼스타운 종합형 사업'에 선정돼 2020년 1월부터 4년간 100억원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낙성대와 대학동에 5개 거점센터가 조성되고 있으며, 71개 스타트업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현재 3개 거점
[유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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