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왕복 3시간반이 걸린다. 하루의 처음과 끝이 지옥이다. 더이상 그렇게 살 수 없어 박차고 나왔다."
28일 오후 2시 청와대 앞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김검시대)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만난 김포 주민 박모씨(38)는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김검시대는 청와대 앞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 노선 원안 사수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김포검단시민연대(김검시대)는 28일 오후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GTX-D 김포 하남 직결 및 김포한강선 연장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김포-서울 이미 환승3번…부천서 또 하라는 거냐"
이날 기자회견에는 서형배 김검시대 위원장과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 김인수·김종혁 국민의힘 시의원, 박진호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참석했다.
김포·검단 주민 10여명은 거리를 둔 채 기자회견 뒷 편에서 '김부선 아웃', 'GTX-D 김포 하남 직결 확정'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서있었다. 아이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민도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모씨(41)는 "김포에서 5년 동안 서울로 출퇴근하다보면 이 자리에 안나올 수가 없을 것"이라며 "지금도 환승을 3번 해서 서울로 가는데 지금 정부안은 부천에서 한 번 더 환승하라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씨는 "집 값이 신경쓰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통 문제로 김포를 떠나려고 해도 다른 곳은 집 값이 더 오르지 않았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국토부는 GTX-D노선 김포-하남으로 확정·김포한강선(5호선)연장 사업 4차 국가광역 철도계획에 확정 ▲국토부와 대광위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공청회 발표 연구자료 투명 공개 ▲서울시-김포시 지자체간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했다.
↑ 28일 청와대 앞에서 서형배 김검시대 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
"지자체장 여당에 배신감 느껴"
이날 기자회견에 정하영 김포시장과 김주영·박상혁 민주당 국회의원, 신명순 김포시의장이 불참함에 따라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검시대에 따르면 당초 예정됐던 삭발식도 이들의 요구로 진행하지 않았는데, 기자회견 전날(27일) 오후 7시께 일방적으로 이들이 불참 의사를 밝혀왔다는 것.
김포 구래동에서 4년동안 거주 중인 박씨는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차를 내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고 했다.
박씨는 "지금 당장 서울과 연결하겠다는 발표를 해도 실제로 타고다닐 수 있을 때까지는 적어도 5년이 걸릴텐데 지금이 아니면 끝난다"며 "절실한 마음으로 참석했는데 민주당 선출직들이 김포를 배신한 것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민주당측에서 처음에는 삭발식을 진행하지 않으면 기자회견에 참석한다고 해서 하지 않았다"며 "그 다음에는 야당 인사들이 참여한다고 하니까 불참할 수 밖에 없다고 하는데 그냥 애초부터 참석하지 않기 위한 핑계들만 늘어놓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 시장과 김 의원, 박 의원, 신 의장은 이날 공동입장문을 내고 "지역 내 활동이 전무한 특정 야당의 참석은 자칫 이 사안을 정쟁화할 여지를 만든다"며 "힘을 모으는 건 너무 중요하지만 대표성·정당성이 없는 활동은 외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불참 의사를 밝혔다.
김검시대측 "다음주 삭발식 단행하겠다"
지난달 22일 한국교통연구원(KOTI)가 발표한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 연구용역 결과에서 GTX-D 노선은 김포 장기와 부천종합운동장을 잇는 것으로 계획됐다.
이에 김포·검단 주민들은 GTX-D 노선 발표 이후 한달여간 집단행동을 이어오고 있다. 당초 이들은 김포에서 출발해 강남을 거쳐 하남까지 이르는 노선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반발이 커지면서 GTX-B 노선을 활용해 여의도 혹은 용산까지 운행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으나 주민들의 분노를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GTX-D 노선의 강남 직결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는 20만명이 넘는 김포 시민들이 참여했다. 김포시는 지난 21일 오후 6시 기준 'GTX-D 원안 사수-서울5호선(김포한강선) 김포 연장 촉구' 서명에 온라인으로 10만 1672명, 오프라인으로 10만 9620명 등 모두 21만 1292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에는 'GTX-D 강남직결 범시민대책위원회'
김검시대측은 이날 진행하지 못한 삭발식을 내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1derlan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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