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이 준비한 '한반도, 기후변화의 습격' 세 번째 시간입니다.
저희 데이터취재팀이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의 데이터를 분석해 '수해 지수'를 계산해봤더니, 휴전선과 가까운 접경지역일수록 수해 규모가 더 컸습니다.
벌써부터 걱정에 잠겨 있는 접경지역을 데이터M 민경영·강영호 기자가 둘러봤습니다.
【 기자 】
MBN 데이터취재팀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184곳을 대상으로 '지역 수해 지수'를 계산했습니다.
각 지역의 수해 규모를 수치화한 지수인데요.
지난 10년 동안 각 지역에서 나타난 수해 피해액 합계를 구하고, 이를 해당 지역의 인구 수, 경제력, 방재 예산 규모와 비교한 뒤, 표준 점수로 변환해 합산했습니다.
이렇게 구한 '지역 수해 지수'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은, 바로 경기도 연천이었습니다.
인구와 경제력, 예산 규모 등 모든 비교 항목에서 가장 높은 피해 규모를 보였는데요.
폭이 좁지만, 유량이 많아 범람이 잦은 임진강과 한탄강을 끼고 있을뿐더러, 여름철 강수량도 840mm로 전국 평균보다 100mm 이상 높은데,
산림이 우거지고 자연 보호 구역이나 군사 구역이 많아 재개발 등 인프라 개선이 쉽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강원도 화천과 경기도 가평, 강원도 춘천 등 휴전선과 가까운 접경지역들이 상위권에 다수 위치한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됩니다.
기상청은 올여름에도 대기 불안정으로 인한 국지성 호우가 잦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실제로 최근에도 전국적으로 강한 비가 연이어 내리기도 했죠.
이번엔 또 얼마나 큰 수해가 벌어질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 주민들을 데이터M이 만났습니다.
▶ 스탠딩 : 강영호 / 기자
- "지난해 장마 당시 큰 수해를 입은 경기도 연천의 한 마을입니다. 현재는 보시는 것처럼 수해의 흔적 없이 평온한 모습인데요. 주민들은 지난해 장마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시간당 80mm의 폭우로 집안 전체가 물에 잠겼던 김이순 할머니는 이제 빗소리만 들어도 불안합니다.
▶ 인터뷰 : 김이순 / 경기 연천읍
- "(비가 오면) 항상 긴장이 되죠. 몇 번씩 여기 문을 열어보고 잠을 잘 못 자죠. 개울이 바로 뒤에 있고…. "
마을 주민 대부분이 70대 이상의 고령층이다보니 수해가 발생하면 대피부터 쉽지 않습니다.
▶ 인터뷰 : 유 모 씨 / 경기 연천읍
- "환자도 있고 나도 제대로 못 걷고 지금 또 불안해지는 거야. 여름이 다가오니깐…."
아직도 복구 공사가 진행 중인 연천의 또 다른 마을로 가봤습니다.
10년간 인근 부대 장병들을 대상으로 펜션업을 하던 오승환 씨는 하루아침에 생계를 잃었습니다.
제방도 없이 강변에 맞닿아있던 펜션은 순간적인 폭우에 내부가 온통 물에 잠겼습니다.
▶ 인터뷰 : 오승환 / 경기 연천군 미산면
- "군인 가족들 면회, 외박하는 게 많았지. 그걸로 다 먹고살았는데 뚝 끊기니깐. 폐업을 해버렸어. 생계는 막노동하는 거지."
민통선 내 저지대에 위치한 탓에 매년 수해에 시달리는 강원도 철원 이길리는 지난해에도 홍수로 약 100만m²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 인터뷰 : 김종락 / 강원 철원군 이길리
- "집안에 있는 가구가 물이 들어가면 다 뒤집어져요. 제대로 있는 게 없어…수해가 난 뒤 어떻게 해야 될지, 여기서 그냥 살 수도 없고, 갈 수도 없고 그런 현실이에요."
참다못한 마을 주민들은 아예 고향을 등지고 집단 이주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손재권 / 전북대학교 지역건설공학과 교수
- "(농촌의) 배수 시설인 하천이나 농지 배수로의 설계기준이 굉장히 낮게 책정이 돼 있어요. 그런 부분에 대한 설계기준의 상향조정이 필요합니다."
현실로 다가온 한반도 기후변화,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데이터M이었습니다.
[ businessmin@naver.com ]
[ nathaniel@mbn.co.kr ]
영상취재 : 구민회·김진성 기자
영상편집 : 김민지
그래픽 : 최진평
▶자세한 취재데이터는 KDX한국데이터거래소를 통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https:kdx.kr/data/view/28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