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재건축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죠. 물론 과거 대규모 개발은 폭력적인 철거 과정이나, 쫓겨나는 원주민과 세입자처럼 분명한 그늘도 있었지만요.
고 박원순 시장은 재임 기간 '뉴타운 사업은 서민들을 피눈물 흘리게 하는 정책'이라며 400곳에 달하는 지역의 재개발을 취소했는데, 어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른바 '박원순표 빗장'으로 불린 이 규제를 폐지했습니다. 재개발 문턱을 낮추고, 강남권보다 강북권에 산재한 노후 지역을 먼저 정비해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는 건데, 문제는 '투기'와 '원주민'들입니다.
1981년 미국 뉴욕에서는 한 부동산 개발업자가 낡은 아파트를 사들였습니다.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숲세권' 알짜 땅이라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재건축할 계획이었죠. 하지만 원주민들이 이주를 거부했고, 새 건물주는 복도 조명을 어둡게 하고, 빈방에 노숙인들을 들였습니다. 하지만 끝내 이주 작전엔 실패하지요. 이 부동산 개발업자가 바로 35년 후 미국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입니다. 이런 촌극을 우리가 반복해선 안 되겠죠.
도시지리학자 팀 홀은 미래의 지속가능한 도시 요건으로 글로벌도시, 경제적 경쟁력을 갖춘 도시, 창의성 있는 도시, 일렉트로닉 그러니까 디지털 도시에 더해 '변두리 도시'를 꼽습니다.
그는 미국 재개발 사업들을 보면 사업성이나 주민의 만족도가, 오히려 규모 큰 변두리 도시 중심부에서 높게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물론 우리와는 여건이 다르지만, '서울 쏠림'이 아닌, 주변 도시가 상생할 수 있는 재개발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독일의 '철혈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는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했습니다. 정치는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는 얘깁니다. 절망이 희망이 되는 부동산 정책, 우리도 될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오세훈표 재개발의 미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