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친 아파트 침입해 실형…대법 "소송서류 송달안돼 다시 심리해야"

↑ 대법원 [매경DB]

헤어진 여자친구의 주거지에 침입해 실형을 선고받은 20대가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공소장 등 재판 서류가 송달되지 않아 재판이 진행되는 사실을 몰랐다는 이유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주거침입, 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대법 재판부는 "피고인은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제1심과 원심의 공판절차에 출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됐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판결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5월과 10월 전 여자친구 B씨의 아파트 공동 현관문을 통해 들어가 집 출입문 주변을 배회하고 비상계단에 숨어있는 등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범행을 저지르기 며칠 전에도 B씨 현관 문앞을 배회해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기도 했다.
B씨는 헤어진 A씨가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하고 주거지로 찾아오는 데 데 위협을 느껴 2월부터 경찰로부터 신변보호를 받고 있었다.
A씨는 또 B씨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C씨를 주먹으로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1,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주거침입 범행으로 조사를 받은 뒤 다시 범행을 했고, 구속심사 때에는 다시 범행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도 재판에 응하지 않은 채 10월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1심과 2심 재판은 A씨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 법원은 A씨가 모친에게 "법원에서 온 서류를 받지 말라"고 하는 등 의도적으로 소송 서류 송달을 회피한다고 판단해 공시송달로 처리하고 피고인 불출석 상태에서 유죄로 판결했다. 공시송달은 소송문서가 전달되지 않을 경우 법원에 게시하거나 관보에 실으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A씨는 "공소장 부본 등 소송 서류를 받지 못해 공소제기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상고권회복청구를 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A씨는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홍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