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자기방어는 의사들의 의무"
가수 보아의 친오빠인 감독 권순욱 씨가 지난 12일 복막암 투병 소식을 전하며 "의사들은 왜 그렇게 싸늘하신지 모르겠다"고 비판한 데 대해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SNS를 통해 답글을 올렸습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이 SNS를 통해 13일 의사들이 싸늘한 말을 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권순욱 씨는 의료기록을 공개하며 “솔직히 이렇게 많은 분이 응원해주실 줄 전혀 몰랐고, 치료 사례와 여러 병원, 교수님들에 대해서 추천해주실 줄 몰랐다”며 “저도 당장 이대로 죽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는데 의사들은 왜 그렇게 싸늘한지 모르겠다”고 썼습니다.
그는 “병이 나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이 병은 낫는 병이 아니에요. 항암 시작하고 좋아진 적 있어요? 그냥 안 좋아지는 증상을 늦추는 것뿐입니다”, “최근 항암약을 바꾸셨는데 이제 이 약마저 내성이 생기면 슬슬 마음에 준비를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주변 정리부터 슬슬하세요” 등의 말을 의사들로부터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권씨는 "최근에 입원했을 때 그리고 다른 병원 외래에 갔을 때 제 가슴에 못을 박는 이야기들을 제 면전에서 저리 편하게 하시니 도대체가 제정신으로 살 수가 없었던 시간이었다"며 "하지만 여러분들의 응원과 조언들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이 시도, 저 시도 다해보도록 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노 전 회장은 “얼마나 섭섭했을까. 그 심정 백분 이해가 된다”며 권준욱 씨의 마음에 공감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는 “그런데, 그가 만난 의사들이 왜 그렇게도 한결같이 싸늘하게 대했을까”라며 그 이유를 자기방어로 꼽았습니다. 그는 "‘‘싸늘한 자기방어’는 의사들의 의무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노 전 회장은 “만일 의사들이 이런 ‘싸늘하고 냉정한 경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자. 그러면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족은 조기사망에 대한 책임을 의사에게 돌릴 수 있고 결국 의사는 법정소송으로 시달리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그리고 ‘불충분한 설명’을 이유로 의사는 실제로 법적인 책임을 지는 상황까지 몰릴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는, 이 사회는, 의사들에게 ‘싸늘하고 냉정한 경고’에 대한 주문을 해왔고 이제 그 주문은 의사들에게 필수적인 의무사항이 됐다”라며 섭섭한 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때로는 이 ‘싸늘하고 냉정한 경고’가 지나치게 걱정이 많은 환자들에게는 올바른 선택의 기회를 앗아가기도 한다는 점이다.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부작용에 대한 빠짐없는 설명의무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법적 책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희박한 부작용’마저도 의사들은 일일이 설명해야 하고 그 설명을 들은 환자가 겁을 먹고 그에게 꼭 필요한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라며 “‘싸늘하고 냉정한 경고’에 대해 섭섭해하지 마시라. 죄송하지만, 이런 싸늘한 환경은 환자분들 스스로 만든 것이다. 안타깝게도 환경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악화될 것이다”라고 적
노 전 회장은 “의사는 ‘존중과 보호’를 받을 때 최선을 다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의사들이 받는 것은 ‘존중과 보호’가 아니라 ‘의심과 책임요구’다. 이런 상황에 놓인 의사들의 따뜻한 심장들이 매일 조금씩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이다”라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권순욱 씨가 이를 극복해내고 건강을 회복하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빈다”고 글을 맺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