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6시반께 도착한 반포한강공원의 전경. 가장 먼저 음주, 취식 자제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
"외국에서도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한다고 하던데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하면 더 쾌적한 문화 공간으로 거듭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서울시가 한강공원 등 공공장소를 금주 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가운데 지난 13일 저녁 반포한강공원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갈렸다.
이곳은 고 손정민씨가 지난달 25일 발견된 곳이다. 손씨의 시신이 발견된 곳에는 작은 추모 공간도 마련됐다. 손씨는 새벽까지 친구와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 사이에선 이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한강 공원 등에서 음주를 금지해야 한다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 지난 13일 오후 10시께 반포한강공원에 2030들이 모여 '치맥'을 하고 있다. |
초여름 날씨에 한강으로 모인 2030 마스크 거의 안써
이날 오후 6시반께 방문한 반포한강공원은 비교적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반포한강공원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것은 크게 설치된 음주·취식 자제 안내판이었다. 물가 쪽 펜스에는 '공원 내 취식과 음주를 자제해주세요'라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다.
안내판 바로 뒤 잔디밭에서 2030들은 초여름 날씨 시원한 한강과 노을을 배경으로 치킨과 맥주, 라면 등을 취식하고 있었다. 안내판이 무색할 정도다. 잔디밭에 자리잡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4명의 돗자리 주변에는 페트병으로 된 소주 2병과 맥주 5~6캔이 놓여 있었다.
한강 공원 인근에는 쉽게 캠핑 세트도 빌릴 수 있는 매장들도 있다. 캠핑 세트에는 원터치 텐트와 테이블, 의자, 작은 네온사인 조명 등이 포함된다. 기본 4시간에 주중(월~목) 2만원, 주말(금~일)은 2만5000원이면 빌릴 수 있다. 친구로 보이는 20대 여성 2명은 캠핑 세트가 담긴 손수레를 끌고 잔디 밭 위에 자리를 잡았다. 그 옆에 여성과 남성 역시 텐트를 쳐놓고 의자를 펼쳐 앉아 맥주 1캔씩을 마셨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2명과 남성2명은 큰 테이블 1개와 의자 4개를 준비해와 술상을 차려 먹기도 했다.
잔디 밭 위에서 치킨과 맥주, 소주 등을 취식하는 2030 중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마스크를 벗고 있거나 마스크를 귀에 걸치고, 턱스크를 하는 등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모습이었다. 외국인들은 10명 이상 모여 앉아 '5인 이상 집합 금지' 방역 수칙을 어기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들 역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대화를 나눴다.
앞서 서울시는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지난 12일 코로나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밖으로 나오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금주 구역 지정에 대해 관련 부서와 검토하는 중"이라고 했다.
↑ 지난 13일 오후 10시께 반포한강공원의 모습. 외국인들이 10명 이상 모여 앉아있다. |
"한강은 자유로운 문화공간으로 남아야 하지 않겠나"
개정법이 시행되면 이제 시민들은 한강공원 등 모든 공공장소에서 맥주 한 캔의 '힐링'을 즐기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한강 공원에서 만난 이들 중에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다. 이날 친구들과 한강을 찾은 현모씨(25)는 한강공원 음주 금지에 대해 "5인 이상 집합금지, 10시 영업 제한 등 일상생활에서 여러 통제를 받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이젠 야외에서 이렇게 잠깐 즐기는 것 조차 막아버린다고 하니 반발할 수 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오후 7시가 되자 반포한강공원에는 '텐트를 철수해달라'는 안내 방송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텐트를 모두 거둬들이고 돗자리 위에 자리잡았다.
술집이 문을 닫기 시작하는 오후 10시가 되자 몇몇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청춘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20대로 보이는 남성 4명의 돗자리 주변 맥주병과 소주병은 점점 늘어났다. 돗자리 위에서 맥주를 마시던 한 20대 여성은 자신의 친구에게 "사람들이 일어날 생각을 안하네"라고 했다.
물 근처에서는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이른바 '버스킹(거리공연)'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오후 11시쯤에 되자 한 20대 남성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 친구와 함께 잔디밭을 지나가기도 했다. 오후 11시가 지나자 20대로 보이는 여성 4명은 술을 깨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나눠먹기도 했다.
이날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온 60대 주민 A씨는 "공원에서까지 음주를 금지하게 되면 젊은 사람들이 어디가서 스트레스를 풀겠나"라며 "작게나마 주어진 청춘들의 낭만인데 전면 금지하는 건 좀 너무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껏 여기 살면서 과음하거나 하는 경우는 별로 못 봤다"며 "자유로운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CCTV 추가 설치나 순찰을 늘리는 등의 보완 조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 펜스에 '공원 내 취식과 음주를 자제해주세요' 플랜카드가 붙어있다. |
"공공장소 음주 금지, 쾌적한 환경 만들 수도"
반면 공공장소 음주 금지에 대해 찬성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직장인 김모씨(34)는 "코로나19 확산세도 그렇고 최근엔 공공장소에서 술을 먹고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지 않았나"라며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하게 되면 조금 더 쾌적한 환경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강에서 '치맥(치킨+맥주)'을 즐기는 2030들을 바라보면서 40대 주민 B씨는 "요즘에는 상까지 가져와 술판을 벌인다"며 "물 주변에서는 만취하면 아무래도 위험하지 않겠나"라고 우려를 표했다.
시는 시민들의 반발이 클 것을 예상해 시민들과 충분한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1derlan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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