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cm·9.5kg 16개월 정인이…"제대로 걷지도 못해"
양모 무기징역·양부 징역 5년…"사망 충분히 예견 가능"
↑ 사진 = 매일경제 |
16개월 입양아 정인 양을 학대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 양모 장 모 씨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습니다. 양부 안 모 씨는 아동학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5년이 선고됐습니다.
1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는 정인 양의 양부모에게 이 같이 선고하고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관련기관에 각 10년 동안의 취업제한도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양모 장 씨의 살인죄 판단에서 정인이를 발로 밟아 췌장이 절단되고 장간막이 파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정인이의 복부에 멍이 없었다는 점에서 손이나 발 등 신체 부위로 복부에 힘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장 씨가 수술 후유증으로 손을 이용해 강한 힘을 가하기 어려웠고, 정인이의 장간막 4곳이 찢어지는 등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정인이가 누워있는 상태에서 복부를 발로 밟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과 법의학자 등이 재판 과정에서 낸 의견이 타당하다고 받아들인 것입니다.
재판부는 또 정인이의 췌장이 절단되고 장간막이 파열된 것은 사망 당일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사망 당일 촬영된 동영상에서 정인이가 걷는 모습이 확인된다면서, 췌장이나 장간막이 파열된 상태에서는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보행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장간막이 파열되면 대량의 출혈이 발생해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살해의 고의성이 있다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정인이는 키 79cm, 몸무게 9.5kg의 여자아이였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학대로 이미 다수의 골절상 등을 입었고, 사망 수일전 췌장과 장간막에 손상을 받은 상태”였다면서 “사망 전날에는 음식을 거의 섭취하지 못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등 정상적인 건강상태가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모 장 씨는 이런 정인이의 복부를 발로 강하게 밟았습니다. 또 정인이의 췌장과 장간막은 손상됐지만 대장이나 소장은 파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적어도 2번 이상 복부를 밟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생명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기들은 대부분 복부에 집중되어 있어 복부에 강한 충격을 반복적으로 가하면 장파열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즉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장기에 손상이 발생하여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은 일반인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장 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 “반인륜성과 반사회성이 매우 분명히 드러나 있고 이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크나큰 충격과 상실감을 주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철저히 부정하는 범행들이라고 평가된다”고 했습니다.
정인이의 시신이 지금껏 경험한 아동학대 피해자 가운데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손상이 심했다는 부검의의 의견도 인용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양모 장 씨를 사회에서 무기한 격리해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잘못을 참회할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양부 안 씨에 대해서는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피해자를 살릴 마지막 기회조차 막아 버린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보다 엄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정인이가 사망하기 전날 어린이집 원장이 병원 진료를 꼭 받게 하라고 당부했음에도 호소를 거부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안 씨가 정인이의 상태를 알기 쉬운 지위에 있으면서도 학대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납득할 수 없는 변명만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3차례 아동학대 신고가 이뤄지는 와중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질타로 풀이됩니다.
따라서 안 씨가 오랜 기간 정인이에 대한 학대를 방관했던 것으로 판단하면서 “피해자에게 치료 등 적절한 구호조치를 하였더라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선고가 이뤄진 날, 시민들은 법원 앞에 모여 법의 준엄한 심판을 촉구했습니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모여든 시민들은 '살인자 양모 사형', '16개월 아기를 죽인 악마들'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었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 신동규 기자 / easternk@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