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대문구 청년몰 이화52번가 상점가 입구. |
이화여대 졸업생 서모(26)씨의 말이다. 12일 오전 방문한 서대문구 청년몰 이화52번가길엔 청년들의 활기대신 적막이 감돌았다. 점심시간이 임박한 시간대라 붐비는 몇몇 식당 맞은편엔 주인 없는 텅 빈 상점들이 곳곳에 있었다. 이날 오후 방문한 동대문구 경동시장 내 서울훼미리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손님은 2~4명이 전부였고, 음식점을 제외한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 서대문구 청년몰 이화52번가 골목에는 곳곳에 임대문의가 적혀있다. |
454억 들인 청년몰인데…방문객은 재방문 의사 없어
'청년몰'은 청년들의 창업 기회를 돕고 전통 시장에는 젊음을 불어넣어 상권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의 청년창업지원사업 중 하나다.
정부는 청년몰에 입점한 청년 상인 점포를 대상으로 지난 2017~2019년까지 3년간 총 454억6000만원(2017년 187억1000만원, 2018년 150억5000만원, 2019년 117억원)을 지원했다. 서울에는 서대문구 이화52번가길과 동대문구 경동시장 안 서울훼미리 등 2곳이 있다.
황폐화된 청년몰의 모습에 방문객도 안타까워 했다.
서울훼미리에서 만난 김모(27)씨는 "친구랑 기대하면서 왔는데 즐길 거리가 없어 금새 '이게 끝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씨는 "청년몰이라고 하지만 다른 상점들이랑 차별화된 특성도 없고 관리도 잘 안되는 느낌이라 재방문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화52번가길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20대 사장 A씨는 "작년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사람이 급격히 줄어 현재 상점들이 줄폐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A씨는 "종종 오는 손님들 다들 반응이 여기 상권이 왜 이렇게 변했냐는 것이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 동대문구 경동시장 내 청년몰 서울훼미리. |
전국 673개 점포 중 175개 휴·폐업
청년몰 쇠락 이유에 대해 주변 상인들은 경쟁력이 없는 곳들이 너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지원이 끊기면서 사업 지속이 어려워진 곳이 많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것이 주변 상인들의 평가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조사한 올해 4월 기준 전국청년몰 영업현황에 따르면, 전국 39곳 673개 점포 중에 4월 기준 498개 점포가 운영중이다. 즉 175개(26%) 점포가 휴·폐업 중인 셈이다. 특히 서대문구 이화52번가 22개 점포 중 15개가 휴·폐업 상태고, 동대문구 경동시장 서울훼미리는 20개 점포 중 4개가 문을 닫았다.
서울훼미리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20대 사장 B씨 역시 "저희 공방은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는 걸로 버티고 있긴 하지만 다른 상점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몰 초기 조성시부터 1년정도까지 밖에 정부의 지원이 되지 않아서 그 뒤로 매장을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청년 상인들이 많이 있다"고 했다.
↑ 동대문구 경동시장 내 청년몰 서울훼미리. 운영을 하지 않는 상점들이 곳곳에 보였다. 점심 시간인데도 손님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 |
"단순 보조금 지급 외 전문적인 개선 프로그램도 필요"
청년상인들 사이에서는 단순 지원금 문제 뿐 아니라 개인 역량을 키우는 작업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청년몰은 주로 장사를 처음 시작하는 청년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참여한다. 이에 청년 상인의 전문적인 개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실질적인 프로그램이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진주청년몰 황금상점을 5년째 운영하고 있는 백대훈 전국청년상인네트워크 대표는 "청년몰이 쇠락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첫번째로는 청년들의 개인 역량 부족"이라며 "저도 5년동안 가게를 운영하면서 장사에 필요한 실질적인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하나의 청년몰 당 30억원 이내의 예산 한도 내에서 청년몰을 지원한다. 개별 점포별 창업 지원은 ▲임차료는 3.3㎡당 월 110만원 한도(최대 33㎡·24개월까지 지원) ▲운영기반은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 ▲인테리어는 3.3㎡당 100만원 한도(총 소요비용의 60%까지, 최대 33㎡)등 비용을 제공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정부에서 추구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청년몰 조성기간이 끝난 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관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 조성 기간이 끝나면 전문 인력이 현장에서 철수하게 돼서 청년들만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중소벤처기업부랑 같이 청년몰 후속 관리를 위해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1derlan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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