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3월 준공한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독립운동가의 집`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오희옥 애국지사(95). "여생을 고향에서 보내고 싶다"는 오 지사의 바램을 접한 용인시민과 공무원, 관내 기업 등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 조성한 이 집은 SK반도체클러스터 용지에 포함돼 철거 위기에 놓였다. 오 지사는 3년 전 급성 ... |
오 지사의 종중과 용인시민 등이 십시일반으로 조성한 오 지사의 집이 용인시 SK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 용지에 포함돼 철거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오 지사의 자녀는 뇌경색으로 투병중인 어머니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못하고 있다. 이들은 SK반도체 클러스터 인근에 유품 전시와 주거가 가능한 대체 시설이 조성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오 지사는 생존 독립애국지사 18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 독립가이다.
오 지사 장남인 김흥태씨는 13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여생을 고향에서 보내고 싶다'고 하신 어머니가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꿈을 이루셨지만 거주지가 개발지에 포함되면서 다시 떠나야할 처지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SK 반도체 클러스터 정책이 잘 됐으면 좋겠다"면서 "다만 여러분들이 어머님을 도와주셨던 취지가 사라지지 않고 다시 꽃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 지사 집안은 3대(代)가 독립운동을 한 독립운동 명문가이다.
할아버지 오인수 의병장(1867~1935)은 1905년 한일병탄조약 체결 이후 용인과 안성 등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군에게 잡혀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고, 이후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했다. 아버지 오광선 장군(1896~1967)은 1915년 만주로 건너가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하고 대한독립군단 중대장, 광복군 장군으로 활약했다.
오 지사는 1927년 만주에서 태어나 언니 오희영 지사와 함께 1939년 중국 류저우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입대해 첩보 수집을 하고 일본군 내 한국인 사병을 탈출시키는 등 광복군 일원으로 활동했다.
오 지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수원 보훈아파트에서 생활하던 오 지사는 2017년 언론에 "여생을 고향에서 보내고 싶다"는 바램을 내비친바 있다. 오 지사가 언급한 고향은 용인시 원삼면이다.
해주오씨 550년 집성촌이자 의병장 오인수, 오광선·정정산 부부, 오희영·신송식 부부, 오희옥 등 3대(代) 독립운동 명문가의 생가터가 있는 곳이다.
오 지사는 2018년 꿈을 이뤘다. 해주 오씨 종중이 집 터(438㎡)를 기부하고, 용인시민과 용인시 공무원, 용인 기업 등이 성금을 모금하고 재능을 기부해 원삼면 죽능리 527-5에 '독립운동가의 집'을 마련했다. 오 지사는 2018년 3월 1일, 방2개, 거실, 주방을 갖춘 1층 단독주택 준공식에 참석해 준공 테이프를 끊은 뒤 수원 보훈복지타운과 이 집을 오가며 행복해했다. 지난해 여름엔 아예 수원보훈복지타운을 정리하고 용인 집으로 주소를 완전히 이전했다.
하지만 오 지사는 고향에 온 지 한달도 채 안돼 급성 뇌경색으로 쓰러져 서울중앙보훈병원에서 현재까지 병마와 싸우고 있다.
휠체어 생활을 하는 오 지사는 가끔 병문안을 오는 자녀들에게 "용인 집은 잘 있니" "집에 꽃은 피었니"라며 고향 집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내곤 했다.
김씨는 "주중 재활 치료를 제외한 주말에 용인 집에서 생활을 하시면 정신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개발 사업에 포함돼 떠나야 한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주변인들의 따뜻한 도움과 어머니의 꿈이 사라지지 않도록 백방으로 뛰었다.
지난해 용인시와 SK하이닉스 측에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아직 이렇다할 답을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엔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직접 편지를 썼다.
김씨는 편지에서 "(어머니는) 고령이시기에 남은 여생이 길지 않다고 볼 수 있겠으나 휴일 등에는 자택에 머무르면서 자연을 느끼고 지인과 대화도 나누면서 마지막 삶을 보내시게 했으면 한다"고 적었다. 김씨는 정부와 용인시, SK 등에 "산업단지 밖 원삼면 일대에 유품 등 역사적 가치를 공유하고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일대에 조성될 SK 반도체 클러스터는 지장물 조사를 거쳐 오는 10월께 보상협의가 완료될 전망이다. 이후 6개월 이내에 건물 철거가 예상된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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