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주인공 벤자민이 딸에게 쓴 편지입니다.
벤자민은 80세 나이로 태어나 자라면서 점점 젊어지는 인생을 살게 되는데, 관객들은, 우리네 인생과 세월의 덧없음에 긴 한숨을 쉬게 되죠.
헬라어로 시간을 뜻하는 말에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물리적 시간인 '크로노스'와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시간인 '카이로스' 두 가지가 있습니다.
'크로노스'의 시간만 보면, 역대 대통령이 겪은 것처럼 아마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1년도, 국정의 동력이 상실되고, 권력 주변에서 예기치 않은 사건 사고들이 터져 나올 겁니다.
그래도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보면, 문재인 대통령에겐 기회가 있습니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코로나19 사태는 지도자의 리더십을 간절하게 갈구하고 있기에, 어찌 보면, 국가를 위해 마음을 비우고 결단하기에 딱 좋은 골든타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용 한파, 부동산 급등, 탈원전 정책 등 산적한 현안은 먼저 편견과 아집을 버리고 기본으로 돌아가면 해결방안이 보일 것이고 반도체 전쟁이나 백신 수급, 국민 통합, 북핵 안보 위기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결단하면 풀 수 있습니다.
하루살이는 하루가 한평생이고 달맞이꽃의 일생은 20분에 불과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은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데 걸릴 정도로 어찌 보면 긴 시간입니다.
대통령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벤자민 버튼처럼 새로 태어나는 1년이라고 거꾸로 생각하면 어떨까요.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세상이 온통 잿빛으로 뒤덮였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고 대통령에게는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대통령의 1년 '그래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