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현직 인사들을 비롯한 15명의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재판이 1년 4개월의 공판준비 과정을 거쳐 본격 재판을 시작했습니다.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형사합의21-3부(장용범 마성영 김상연 부장판사) 심리로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 등에 대한 첫 공판기일이 진행됐습니다.
피고인들은 일제히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이기도 한 이날, 문재인 정권 마지막 1년의 정국을 좌우할 이 사건의 공판이 시작되면서 과연 검찰이 청와대 윗선과의 연루 의혹을 입증할 수 있을지, 선고 결과가 대선 전에 나올 수 있을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지난 2018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1차 공판은 검찰이 기소한 지 1년 4개월 만인 10일 오후 열렸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인원은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 등 울산시 전·현직 공무원들과 청와대 이진석 국정상황실장,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한병도 전 정무수석,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등 15명입니다.
이날은 첫 공판인 만큼 검찰이 공소사실 요지를 설명한 뒤 피고인들이 이에 대한 견해를 밝힐 예정입니다.
앞서 본 사건의 재판은 지난해 1월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뒤 올해 3월 31일까지 총 6차례 공판 준비기일만 갖는 등 1년 4개월 동안 공전했습니다. 신속한 심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의 기록 열람·등사 문제와 검찰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란 이유 등으로 지연된 것입니다.
공판 준비기일에는 피고인들이 출석할 의무가 없어 피고인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정식 공판이 시작되며 이날 재판정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재판에 출석한 피고인들은 모두 본인들에게 제기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이날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을 만나 "참 무리한 기소"라며 "소수의 정치검찰이 억지로 끼워 맞춘 삼류 정치 기소 내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선거 당시 울산경찰청장이었던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없는 죄는 만들어내고 있는 죄는 덮었다"며 "법정에 서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닌 검찰"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기현(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수사는 청와대와 아무 관련이 없다"며 "지극히 정상적인 토착비리 수사일 뿐이고 정상적으로 진행됐는데 검찰이 덮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이자 측근인 송 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와 울산지방경찰청 등의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이들을 지난해 1월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송 시장 측근이던 송 전 부시장이 지난 2017년 10월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근 비위 관련 첩보를 생산해 청와대를 거쳐 울산경찰청이 관련 수사에 착수하도록 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당시 김 전 시장 관련 수사 상황이 청와대에 총 21차례(지방선거 전 18차례·선거 후 3차례)에 걸쳐 보고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또 송 시장 측은 더불어민주당 내 경선 후보인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공직을 제안해 선거에 출마하지 않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송 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비롯해 어느 누구도 지방선거 전까지 만난 적이 없다"며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저의 20년 지인이다. 공사직을 제안하면서 출마 못하게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더해 검찰은 지난달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송 전 부시장 등을 추가로 기소했습니다. 이 실장은 지방선거 기간에 송 시장 등으로부터 '울산 공공병원 공약을 수립할 때까지 산업재해모(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를 늦춰달라'는 부탁을 받고 선거 전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하도록 한 혐의를 받습니다. 법원은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기로 했습니다.
사건이 병합되면서 이른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피고인은 15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들이 한 재판부에게 재판을 받으면서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전에 1심 선고가 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한 법조계 관게자는 "피고인들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 법정 공방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또 지난해 기소 직후
내년 3월 대선 전에 1심 판결이 난다면 유·무죄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수밖에 없지만 선고가 나지 않는다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진실공방이 격화하는 것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 백길종 기자 / 100road@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