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불법출금 수사 외압' 의혹 수사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위원장 양창수 전 대법관)가 10일 열렸다. 심의위는 수사팀과 이 지검장 양측의 의견을 듣고 기소와 수사 계속 여부에 대해 판단하게 된다. 다만 수사팀은 심의위 판단과 관계없이 이 지검장을 기소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심의위에는 이례적으로 이 지검장이 직접 출석해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통상 심의위에는 피의자 측 변호인만 참석해 왔다. 이 지검장은 심의위 출석을 위해 오후 반차휴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장 양 전 대법관은 "심의위 일정을 정하는 데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사심의위가 이 지검장의 기소·수사 계속 여부를 판단하더라도, 검찰에 권고만 할 수 있을 뿐 강제력은 없어 수사팀은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법적 행위가 있었는지와 이 부회장이 이에 개입했는지 등에 대해 논의한 뒤, 투표를 통해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 처분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검찰은 같은해 9월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검찰이 만든 수사심의위 제도를 검찰이 무력화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현직 검사가 신청한 수사심의위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한동훈 검사장은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연루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수사를 받게 되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바 있다. 이 사건에서 심의위에 참여한 위원들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이 지검장은 2019년 6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하며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출국금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이에 대한 수사를 중단시키려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팀이 관련 사건에 연루된 이규원 검사를 기소하고, 이 지검장 역시 기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이 지검장은 지난달 22일 수사심의위 소집
일각에선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에 오르자, 시간을 끌기 위해 수사심의위를 요청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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