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했으면 기본소득론의 세계적 권위자도 이렇게 말했을까요. 모든 국민에게 아무 조건 없이 일정 금액을 국가가 계속 준다는 기본소득. 아무 생각 없이 들으면 참 달콤하죠.
여권 유력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가장 먼저 치고 나와 본인의 슬로건으로 내세우면서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이 지사의 패에 말리지 않으려는 듯, 이낙연 전 대표는 군 가산점 대신 3천만 원을 주자고 하고, 정세균 전 총리는 적립형으로 1억 원을 주자는 등 모두 비슷한 맥락의 공약에 열을 내고 있지요.
하지만 내로라하는 전직 경제관료들이 최근 발간한 '경제정책 어젠다 2022'에선 기본소득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합니다. '재원확보 방안을 포함하지 않은 복지지출은 또 다른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면서요.
50년 전 미국 리처드 닉슨 행정부도 법까지 만들어 도입하려 했지만 무산됐고, 스위스도 2016년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했지만 70%가 반대해 무산됐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막대한 재원이었습니다. 세금 더 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죠. 그래서 정치인에게 증세는 금기어로 통합니다. 증세 없는 기본소득은 신기루 같은 거니까요.
'기본소득'은 16세기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 모어가 책<유토피아>에서 처음 썼습니다. 500년이 지난 지금 구체적인 재원 마련도 없이 표 계산에 눈이 멀어 쏟아낸다면 말 그대로 '유토피아적 공상'인 겁니다.
중국 고사에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군주가 자기 소신만 고집하며 쓸데없이 허세를 부리면 나라가 망한다.
사회적 약자와 빈곤층을 도와야 한다는 원칙은 이념을 떠나 공감대가 형성돼 있죠. '정치적 필요'가 아니라 '사회적 필요'를 충족할 현실적인 진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대선을 틈타 선의로 포장된 '달콤한 독약'이 될 수 없도록 말이죠.
김주하의 그런데, 달콤한 독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