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이건희 미술관' 유치 추진…지자체 경쟁 합류

↑ 대구삼성창조캠퍼스 전경.(사진제공-대구시)

대구시가 삼성과의 인연과 국토균형발전 등의 명분을 내세우며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삼성그룹이 기증한 국내외 거장들의 근현대 미술작품 1500여 점으로 구성된 '이건희 컬렉션'을 유치하는 데 대구시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6일 대구시에 따르면 가칭 '이건희 미술관' 대구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대구시는 삼성과의 인연과 근대미술의 메카, 균형발전, 접근성 등 모든 면에서 최적지임을 강조하고 있다.
대구시는 가장 먼저 삼성그룹의 발상지임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대구는 1938년 삼성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이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를 창업한 곳이자 1942년 태어난 고 이건희 회장의 고향이다. 또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제일모직도 1954년 북구 칠성동에 설립됐고 현재 제일모직터에는 삼성이 조성한 대구삼성창조캠퍼스가 조성돼 있다. 청년 창업가들의 요람이 되고 있는 대구삼성창조캠퍼스에는 1938년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된 삼성상회 건물과 옛 제일모직 기숙사 등도 산업유산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대구는 1920년대 전후부터 서울, 평양과 함께 한국 근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해 온 근대미술의 메카였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 상황 속에도 대구에서는 이상정, 이여성, 박명조, 서동진 등의 선각자들이 중심이 돼 서양화 붐을 일으켰고 근대미술의 새 지평을 열었던 도시다. 이후 지역 출신의 이쾌대, 이인성, 김용준 등 걸출한 거장들도 대구에서 한국화단을 개척했다.
대구시는 '이건희 미술관' 건립이 국토균형발전에도 부합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 유일한 국립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은 4개관으로 운영 중이지만 현재 수도권(과천관, 덕수궁관, 서울관)에 3곳이 있고 1곳은 충청권(청주관)에 있다. 민간에서 운영 중인 국내 미술관도 전체 267개 중 40%인 104개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문화시설의 지방 역차별도 심각한 상황이다.
대구시는 뛰어난 접근성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구에서 서울까지는 고속철도로 100분, 김해공항에서 차량으로 60분이 소요되는 등 전국 어디서나 2시간 이내로 접근 가능하고 경부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광주대구고속도로 등 사통팔달의 도로망을 갖추고 있어 전 국민과 세계인이 즐겨 찾는 미술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만약 이건희 컬렉션이 한곳에 모여 국민들께 선보인다면 그 장소는 당연히 대구여야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근대미술의 기반을 다져온 대구의 문화 저력을 바탕으로 국내외를 대표하는 문화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건희 컬렉션을 위한 별도의 수장고나 미술관 신설 등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각 지자체들마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유치 의사를 밝힌 곳은 경기도 수원시와 경남 진수시, 부산시 등이다.
[대구 = 우성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