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트럭처럼 시민과 주변 환경과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큰 건물이나 시설이 올라가는 보여주기식은 아니었으면 한다."(광화문 광장 공사 현장서 만난 30대 직장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광화문광장 공사가 재개됐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한동안 광화문광장을 어떻게 할까가 이슈화됐는데 원상복구대 신 공사를 재개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하지만 기존의 안을 보완하기로 하면서 새 단장할 광화문광장의 미래 청사진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시민들은 이미 공사가 재개된 만큼 광화문광장이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반응을 보였다.
↑ 재개된 광화문광장 공사 현장의 모습. 현재 문화재 발굴작업이 한창이다. [사진 : 이상현 인턴기자] |
문화재 발굴 작업 한창...광장 서쪽은 여전히 공사판
오세훈 시장의 광화문광장 재개 공사 직후인 지난 28일 오후 1시. 광화문광장 공사 현장 인근은 여느 때처럼 분주히 움직이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오는 19일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거리 곳곳에 연등이 걸려있었다.
광화문광장은 현재 도로 한가운데에 섬처럼 고립돼있는 광화문 광장을 서쪽으로 옮기면서 확장하는 것이 골자다. 주한미국대사관이 위치한 광화문 광장 동쪽은 한 차선 만큼 보도 통행로가 줄었다. 거의 공사가 끝난 듯 보도블록이 새것으로 교체돼 전반적으로 깔끔한 모습이었다. 공사 중단 직전이었던 지난 9일보다도 훨씬 정돈된 모습이었다.
반면 공사가 한참 진행중인 정부서울청사쪽은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좁아진 보도 옆으로 공사장 펜스가 길게 늘어서 있다. 산뜻한게 벽화처럼 그림을 그려 넣긴 했지만 공사장의 어수선함을 가릴 수 없었다. 정부청사 앞 중앙지하도는 폐쇄된 상태고, 버스 정류장이 이전됐다는 안내판이 보였다.
현재 이곳에서는 문화재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조선시대 수로와 각종 도자기, 기와편, 식기 등 조선시대 유적과 유물이 이곳에서 발견됐다. 이같은 문화재 발굴 작업은 서울시의 공사 중단, 재개 등의 결정과 상관없이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광화문사업추진반 관계자는 "현재 광화문광장 공사는 문화재 관련 작업 정도만 진행돼왔다"라며 "다른 공사는 문화재 발굴 작업이 끝나야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문화재청이 2005년 발표한 광화문 역사광장 계획도. [제공 : 서울시] |
문화재 발굴 작업 한창...광장 서쪽은 여전히 공사판
광화문광장 공사와 관련해 교통체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역사적 상징성이 큰 곳인 만큼 월대 복원 등을 통해 최대한 옛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상반된 주장도 있다.
오세훈 시장은 광화문광장 공사 재개를 발표하면서 "역사성과 완성도를 더 높여 광장사업을 조속히 완성하겠다"며 월대 복원 추가, 육조거리 흔적 되살리기 등을 추가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말 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2005년 문화재청은 경복궁 복원계획의 일환으로 광화문 역사광장 조성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월대, 해태상, 동십자각과 서십자각 등 주요 역사시설을 제자리에 갖다놓으면서 광화문 앞에 가로 450m, 세로 17m 크기의 대규모 광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서울시청 앞 광장의 3배가 넘는 규모다.
문제는 교통이다. 현재 광화문 앞 8차선인 사직로가 광장으로 바뀌면 우회도로는 정부서울청사 뒤를 지나는 4차선 도로가 전부다. 광화문 삼거리에서 이순신 동상까지의 세종대로를 10차선에서 6차선으로 줄이는 데에도 교통체증 우려가 큰 데 여기에 붙어 있는 8차선 도로를 아예 막아버린다면 인근 지역 교통체증은 불보듯 뻔하다. 결국 역사적 상징성 회복이냐 원활한 교통이냐를 두고 숙고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광화문사업추진반 관계자는 "문화재청이나 학계에서도 적극 주장하는 사안"이라며 "역사적 숙원 사업인데 교통과 관련한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충분히 협의 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1916년 촬영된 광화문의 모습. 광화문 앞으로 넓은 기단인 월대가 보인다. 오세훈 시장도 월대 복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달라질 광화문광장의 모습에 관심이 모이진다. [제공 : 문화재청] |
"광화문 광장, 시위대 아닌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바꼈으면..."
공사 재개에 대해 시민들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총 예산 800억원이 투입될만한 공사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나 이미 400억원의 매몰비용이 들어간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던 공사를 중단하고 원래대로 돌아가는 데에도 또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공사 재개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기존의 안을 보완하기로 하면서 새 단장할 광화문광장의 밑그림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40대 직장인 A씨는 "지자체에서 열심히 해도 시민이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면 꽝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광화문광장 복원은 뭘 어떻게 하겠다는 구상을 다시 하는 것으로 아는데, 분수든 뭐든 시민이 편의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돈만 들이고 혜택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그게 세금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 지역의 유동인구가 대부분 관광객이나 직장인인 만큼 실질적인 휴식장소가 되길 바란다는 목소리도 컸다. 서울시청 앞 광장도 그늘이 전혀 없고 평소에 잔디 보호를 위해 출입을 막다보니 광장이 맞느냐는 비판을 듣고 있다.
30대 직장인 B씨도 "공원을 만들어놔도 차가 많이 다니는 곳이라 아이들이 나와 놀기에는 위험해보인다. 그런 부분이 해결됐으면 좋겠다"라며 "코로나19가 끝나면 야외 테이블에서 한가하게 커피도 한 잔 할 수 있는 그런 명소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광화문광장을 확장하는 것과 관련해 가장 말이 많은 부분은 광화문광장이 소수 단체의 집회·시위를 위한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관광객이나 시민들 입장에서는 광장까지 나와야 하는 각 진영의 정치적인 입장이 이해는 되지만 광장의 취지가 퇴색된다는 불만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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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kd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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