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하암즈 동아리 학생들이 팔씨름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 인하암즈] |
2018년 개봉한 영화 '챔피언'에서다. 통상 팔씨름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승부가 짧은 시간에 결정돼 재미가 덜 하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112만 명이 '국내 최초 팔뚝 액선 영화'에 푹 빠졌다. 감동과 재미가 크고 지루할 새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에도 팔씨름에 목숨(?)을 거는 청년들이 있다. 인하대 팔씨름 동아리 '인하암즈(INHA ARMS)'가 그 주인공.
인하대 정보통신공학과 주민경씨(26·4학년)와 그의 친구 김태인씨(ROTC 복무중)가 팔씨름 훈련을 하다 만들었다. 2018년 동아리 등록을 신청해 2020년 정식 동아리가 됐다.
정식 동아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150명 정도 되는 인하대 동아리 회장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한데 100% 찬성표를 얻었다. 인하대 동아리 사상 만장일치는 '인하암즈'가 최초라고 한다.
인하암즈는 2019년 9월, 제21회 팔씨름 국가대표 선발전에 7명의 선수가 출전해 13개의 메달을 거머쥐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인하암즈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주씨는 "팔씨름 인구는 계속 늘지, 줄어드는 스포츠가 아니다"면서 "팔만으로 경기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예찬론을 폈다.
주씨는 팔씨름 매력으로 '사람간 커뮤니케이션'을 들었다.
주씨는 "팔씨름은 사람대 사람이 손을 잡고 하는 스포츠로 반드시 오프라인에서 만나야 가능하다"면서 "같이 훈련을 하다 보면 서로에 대해 깊이 알게 되고 우정이 돈독해 진다"고 말했다.
실제 주씨는 초등학생때부터 팔씨름에 관심을 가졌다. 고등학생땐 동네에 적수가 없어 각종 대회를 찾아다녔고, 프로선수와 경쟁할 정도로 실력이 급상승 했다.
주 씨는 "세계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발전(프로부문)에서 입상해야 한다"면서 "저는 2017년부터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있는데 다른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면서 다양한 인생 경험을 하고, 사회성을 키우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현재 국내에 프로레벨급 선수들이 속한 팀은 10곳 정도. 이들 팀에 속한 선수들은 본업은 따로 있고 부업으로 팔씨름을 한다. 그러다보니 훈련 과정에서 각계 인사들과 다양한 소통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 때론 유동인구가 많은 시내 한복판에 팔씨름 테이블을 설치하고 즉석 길거리 팔씨름 대회를 하기도 하는데 쾌활하고 외향적인 성격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승부가 순식간에 결정돼 재미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주씨는 "다른 스포츠는 한 경기가 끝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팔씨름은 1초안에 승부가 나고, 아무리 길어도 몇분이면 승부가 결정된다"면서 "짧은 시간에 이목이 집중되기 때문에 지루할 새가 없다"고 말했다.
키가 크거나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해서 반드시 경기에서 유리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주씨는 "동아리에 관심을 갖고 오는 학생은 크게 2가지 부류다. 팔씨름에 자신이 있거나 그렇지 않은 학생이다. 보통 1~2년 정도 훈련을 하다 보면 왜소한 사람도 덩치 큰 사람을 이기게 된다. 60kg대 선수가 100kg대 선수를 이기는 경우도 있다. 땀을 흘린 만큼 성과가 비례하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팔씨름 강자가 되기 위한 필살기는 없을까? 주씨는 "운이 작용하는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흘리는 땀의 양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팔씨름은 근육의 무게만으로 이기는 스포츠가 아니어서 인대와 건을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상체중 손목과 팔의 전완근 힘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아령을 팔에 고정해 놓고 손목을 까딱 까딱 움직이거나, 상대를 당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턱걸이 운동을 많이하면 좋다.
인하암스 회원들은 학교에서 주 3회 정도 만나 4~5시간 정도를 운동했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동아리 방이 폐쇄됐다. 인천 팔씨름 체육관에서 주 1회 정도 모여 훈련을 하는 정도다.
부모 눈에는 이들이 걱정스럽다. 취업에 도움이 되거나 인기 종목도 아닌 동아리에 목숨(?)을 거는 자식이 답답할 때가 있다.
주씨는 "처음에는 부모님들이 '원초적이고 단순해 보이는 스포츠에 왜 목숨을 거느냐'고도 하지만 열정이 넘치고 순간 집중도가 높은 실제 경기를 보신 다음에는 생각이 바뀌신다"고 전했다.
그는 "졸업 동문들 얘기를 들어보면 입사 면접이든, 대학원 입학 면접이든 면접관은 팔씨름 활동에 대해 가장 관심이 높다고 한다"면서 "블라인드 면접이 대세인 현재 상황에서 대외활동이 적거나 공부만 한 지원자보다 독특한 스포츠 실적은 큰 장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유일의 대학 팔씨름 동아리이다 보니 무게감도 적지 않다.
주씨는 "전국 대학교중에서 팔씨름 동아리는 인하암즈가 최초다. 아직은 최초이자 마지막이다. 우리끼리 훈련해 대회에 나가는 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다른 대학교에도 홍보를 잘 해서 시장을 넓혀가는게 최초 동아리로서의 목표"라고 했다.
주씨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팔씨름 인구는 3만명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이 가운데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는 대략 1000명. 이중 프로 타이틀을 가진 선수는 150명 정도가 된다.
주씨는 "팔씨름 인구는 2017년 대한팔씨름연맹이 출범할 정도로 10년새 크게 늘었다. 초기에는 일본 동네 훈련자 보다 약했지만 지금은 일본과
대학 4학년으로 취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주씨는 "후배들이 동아리를 잘 관리해서 최초로 만들어진 동아리지만 마지막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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