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옷을 입고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짱구 |
상품이 인기를 끌자 정식 저작권 계약을 맺지 않고 "짱구가 입는 바로 그 파자마"라며 홍보한 의류 유통업체 등에게 상품을 모두 폐기하고 수익금을 물어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이들의 제품이 저작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다른 회사의 성과를 도용한 부정경쟁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2부(부장판사 박태일)는 지난 2월 일본 만화사 후타바샤와 국내 계약사가 유통업자 A씨 등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금지 청구소송에서 "A씨 등은 제품 판매를 멈추고 보관 중인 제폼을 모두 폐기하라"며 "후타바샤와 계약사에 총 3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후타바샤는 일본 만화업체로, 짱구는 못말려의 저작권과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회사다. 국내 계약사는 2017년 7월 짱구가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입고 나온 잠옷을 모티브로 한 제품을 의류업체와 협업해 출시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상품은 첫 출시된지 30분만에 품절됐다. 상품이 재출시된 같은해 8월에도 2시간만에 완판됐다.
A씨 등은 2018년 3월 유사한 형태의 제품을 저가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짱구 잠옷' 등의 홍보 문구를 사용하며 '짱구가 입는 바로 그 파자마', 'SNS에서 핫한 짱구잠옷' 등의 홍보 문구를 사용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후타바샤와 국내 계약사는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 피고 측이 계약을 맺지 않고 판매한 짱구 잠옷 |
피고 측은 "기초적인 색상과 도형을 조합한 디자인으로 창작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최초로 잠옷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한지 3년이 지나 보호가치가 없고, 유사한 디자인이 중국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됐다"며 "오래전부터 공지된 디자인이고 별다른 창작성도 부가되지 않아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디자인에 대해서는 "짱구의 단순하면서도 재미있는 개구쟁이 성격을 패턴 디자인으로 표현하려는 작가의 사상이나 감정이 담긴 표현물"이라며 "저작권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창작성을 갖췄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패턴 디자인 또한 동일한 형상으로 복제돼 여러 물품에 이용될 수 있는 문양으로,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 등의 판매행위는 성과를 도용한 부정경쟁행위라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은 키덜트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시장의 흐름을 포착해 제품으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고, '짱구 잠옷'이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대대적 홍보와 함께 출시해 인지도를 얻었다"고 밝혔다.
또 "짱구 잠옷이 인기를 끈 뒤 피고들 제품이 판매됐던 사실과 '짱구 잠옷' 등의 홍보 문구를 사용한 사실 등을 종합하면 인기에 편승하려는 목적으로 제품을 판매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캐릭터 뿐 아니라 캐릭터가 입고 있는 잠옷도 저작권법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의미의 판결"이라고 밝혔다. 이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상품을 만들었다면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해서도 보호돼야 한다는 점 등에 대해 재판부가 꼼꼼히 체계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A씨 측은 판결에 항소해 특허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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