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8일)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조가 출범할 예정입니다. 기존 생산직 위주 강성 노조와 다른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중심 노조 탄생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들은 '공정한 성과 보상'이라는 기치 아래 모였습니다. 그들만을 위한 특권을 바라지도 않고 사무·연구직을 대표해 회사측과 '대화'하고 싶어 노조를 결성했습니다. '파업' 같은 투쟁적 수단도 고려대상이 아닙니다.
현대케피코 직원인 이건우 노조위원장은 "기존 노조는 생산직의 권익 우선이었고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사무연구직 사이에서 이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며 "의사결정 시 통계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기존 노조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직원들도 노조 결성에 '힘을 실어줘야'한다는 입장입니다. 그제(26일) 현대차그룹 계열사 연구직인 28살 A씨는 머니투데이와 서면 인터뷰에서 "현대차 사무·연구직 노조가 출범하는 대로 주변 동료들과 함께 가입신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씨가 사무·연구직 노조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 계기는 지난해 '시니어 촉탁직'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통과되면서라고 합니다. 60살 정년퇴직자를 1년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형태를 말하는데, 당시 노조는 이를 사측으로부터 받아내는 대신 기본급을 동결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나온 노사 합의안 투표에서 생산·기능직에서는 사실상 '찬성' 몰표가, 사무·연구직에서는 '반대' 몰표가 나왔습니다. 생산직은 주로 근속연수가 길어 호봉이 높고 정년 연장을 확대하길 원하고, 사무·연구직은 연봉 인상을 원하는 신규 입사자가 상당수기 때문에 나온 결과였습니다. 반대 몰표에도 결국 생산직 조합원 수가 많아 합의안은 통과됐습니다.
다른 계열사 직원 30살 B씨도 이날 노조 가입 의사를 굳혔습니다. 그는 "직원 보상 문제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언제·어떻게 보상하겠다는 말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며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 대우에 대한 해답을 어느정도 내놓을 줄 알았는데 실망이 컸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경영진들은 끊임없이 애사심을 강조하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로열티는 결국 돈, 연봉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대우를 형편없이 하는데 회사에 대해 충성하길 바라는 게 웃긴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삼전(삼성전자)을 붙었어도 자동차가 좋아 이 회사를 선택했다"며 "삼전을 갔더라면 최소 2000만 원 이상 연봉은 더 받았을 텐데, 현재 내 현실을 돌아보니 '현타'가 왔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생산직 노조가 주축이 된 임단협에서 노사가 전년보다 후퇴한 수준의 기본급과 성과급에 합의함에 따라 사무직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진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성과에 비례하는 공정한 보상을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생산직 노조와 별도로
현재 사무직 노조 구성을 위해 개설된 네이버 밴드에는 4천500여 명이 모여 있습니다. 사무직 노조 가입 의사를 밝힌 직원은 50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향후 계열사별 노조 가입수에 따라 지부 구성 등 본격적인 설립 절차를 밟을 계획입니다.
[ 문희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 mhw48@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