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대형마트에서 방문객들이 취미 관련 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손씨는 "미술 재료들을 집에 늘어놓고 그림 그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디지털 드로잉을 선택했다"며 "주말이면 취미생활로 집에서 3~4시간씩 그리기도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부계정에 개인 기록용으로 올리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직장인들이 새로운 취미 활동을 통해 코로나19 시국을 정면 돌파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재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거나 외부 접촉이 제한되자 취미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는 모양새다. 코로나 발 떠오르는 대표적인 취미 키워드로는 '디지털 드로잉, 세차, 키덜트'가 거론된다.
디지털 드로잉은 비대면·재택근무의 영향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손씨 사례처럼 태블릿PC 구매를 통해 직접 디지털 드로잉에 도전하거나 미술 도구가 구비된 드로잉 카페를 찾아 수업을 받는 식이다. 실제로 취미강의 플랫폼 클래스101에 따르면 디지털 드로잉, 미술 관련 개설된 강의는 지난해 3월 219개에서 지난 3월 465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수강생 수도 약 2.5배 늘었다.
취미로 시작해 블로그, SNS 등에 자신이 그린 그림을 공유하며 용돈벌이로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김 모씨(33)는 취미로 SNS에 올리던 짧은 웹툰이 좋아요 수백 개를 얻는 등 인기가 많아지자 자신이 만든 캐릭터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출시해 수익을 내고 있다. 김씨는 "퇴근하고 집에서 그림을 그릴 때 스트레스도 풀리고 좋아해주는 사람들도 많아져 부업삼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셀프 세차도 코로나19 시국에 차를 가진 직장인들이 즐기는 취미로 급부상 중이다. 최근 세차는 '디테일링'이라는 용어로 탈바꿈해 전문 케미컬 도구를 활용한 섬세한 세차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세차 유튜버들의 리뷰 영상은 수십만 뷰를 기록하기도 한다. 국내 최대 디테일링 세차 커뮤니티 회원 수도 무려 25만명에 달한다. 11번가에 따르면 셀프 세차 관련 스프레이, 타월, 버킷 등으로 구성된 세차용품 세트는 지난 1년 동안 매출이 34% 증가했다.
최근에는 카페, 레스토랑, 도서관 등 서비스를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세차장이 재탄생하고 있다. 황동훈 핑거워시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자차 이용이 늘고 밤에 할 일이 줄자 취미로 세차하시는 분들이 늘었다"며 "마땅한 휴식 공간이 없어 가족 동반 손님들을 위해 레스토랑, 도서관을 꾸몄더니 반응이 좋다. 평소에도 10팀씩 대기도 한다"고 말했다.
'키덜트'도 시장의 큰 손으로 여전히 자리매김 하고 있다. 바비인형, 프라 모델 등 전통적인 피규어에서 벗어나 이제는 '반려 인형' 등 개념으로 발전하는 모습이다. 마음에 드는 인형 등을 침대에 두고 만족감을 느끼거나 집안 곳곳을 키덜트 용품으로 디자인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키즈 콘텐츠 이용량이 59.2% 증가했단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에 기업들도 키덜트적 요소를 마케팅에 반영해 활용하고 있다.
키덜트에 재테크 개념을 더한 '키덜테크'도 등장했다. 희소성이 있는 제품들을 모은 뒤 시간이 흘러 가치가 뛰면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는 것이다.
[차창희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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