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인 나도 모르게 내 땅 속에 2만 볼트가 넘는 고압전력선이 깔려 있다면 어떨까요?
우연히 땅공사를 하다가 발견한 건데, 당시 땅에 전력선을 묻었던 한전이 피일차일 철거를 미루다가 취재가 시작되자 몇 시간 만에 부랴부랴 철거했습니다.
김종민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용산의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설 예정인 한 공사현장입니다.
건설업체가 지난달 말 터파기를 하던 도중 2만 볼트가 넘는 고압전력선을 발견했습니다.
▶ 인터뷰 : 김정식 / 건설업체 현장 소장
- "설마 거기에 고압선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죠. 장비 기사가 모르고 고압선 찍었으면 이거 사망했다…."
알고 보니 이 고압선은 공사 현장 뒤편에서 GTX A노선을 건설 중인 A사의 하청업체가 사용 중이었습니다.
사정은 이랬습니다.
건축주이자 땅 주인은 지난 2011년 A사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인천공항철도 공사를 담당하던 A사의 공사 차량들이 드나들 수 있는 통로를 임대해 준 건데, 하청업체가 한전 측과 전기사용계약을 맺고 고압전력선을 설치한 겁니다.
당시 계약서엔 땅 주인 허가없이 다른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다고 돼 있고, 전기사용 계약서에도 토지소유자 등 관련자 전원과 계약을 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 인터뷰 : 땅 주인 (건축주)
- "전혀 동의도 안 했고, 동의도 안 받았고. 한전 가서 '이게 어떻게 깔렸냐' 그랬더니 전임자가 없어서 자기들도 모른대요."
땅 주인과 A 사의 임대차 계약이 끝난 지난 2015년 이후에도 전력선은 철거되지 않고 계속 사용 중이었습니다.
한전은 지난 10개월간 6천4백만 원 상당의 전기료 수익을 챙겼습니다.
땅 주인의 전력선 철거 요청에도 관할 구청인 용산구청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했던 한전 측은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철거했습니다.
한전과 A사 모두 10년 전 전력선 설치가 불법이란 걸 인정하면서도, 당시 한전 직원과 하청업체의 일이라고만 해명합니다.
▶ 인터뷰 : A사 관계자
- "(당시 하청업체로부터) 한전 쪽에다가 전기 폐쇄신고서를 작성을 했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한전에서 원상복구를 해야되는 거죠. 자기들 자산이고."
▶ 인터뷰 : 한전 관계자
- "당연히 땅 주인의 허가를 받아야 되는 건 맞고요. 그때 당시 업무 처리하신 분들이 어떻게 했는지 정확히 파악 중이니까…."
현재 공사 중인 건설업체는 불법 전력선 때문에 한달 가량 공사 일정이 늦어져 수천만 원의 손실을 떠안게 되면서 보상 청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종민입니다.
영상취재 : 김영호 기자
영상편집 : 이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