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들이 올해 초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겼던 것과 달리 오늘(21일) 두 번째 소송에서 패소한 것은 국제법상 국가면제(주권면제)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결과입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용수 할머니와 고 곽예남 할머니 등이 제기한 위안부 2차 소송의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일본에 국가면제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으로, 피해자들로서는 패소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1차 소송에서는 '주권 국가가 다른 나라의 재판권에서 면제된다'는 국가면제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봤으나 2차 소송에서는 일본의 국가면제를 인정한 것입니다.
1차 소송 재판부는 "국가가 반인권적 행위로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줬을 경우까지도 재판권이 면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국가면제를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차 소송 재판부는 "대한민국은 국가면제를 인정할 범위를 법률로 제정하지 않았다. 인정 여부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는 규범은 오로지 국제관습법"이라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피해자들이 전쟁 후 각자 자국 법원에 소송을 냈던 사례를 설명했습니다.
프랑스·폴란드·벨기에 등 여러 국가의 피해자가 자국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모두 국가면제가 인정됐다는 것입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법원만 청구를 받아들였으나 국제사법재판소에서 국가면제를 이유로 결과를 뒤집었습니다.
재판부는 "'심각한 인권 침해에 해당하는 범죄행위'가 국가면제의 예외 사유라는 것이 각국 법률의 일반 관행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인권침해 범죄라도 예외 없이 국가면제가 적용된다는 취지입니다.
재판부는 또 법원이 국가면제 적용 범위를 해석하는 것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심각하게 인권을 침해했다고 해도, 그 요건이 갖는 불명확성으로 향후 국가면제 인정 범위에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국가면제 적용 범위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정책 결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런 의사 결정이 없는 상황에서 법원이 추상적 기준만 제시해 예외를 만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국가면제의 의미에 대해 "외교적 충돌을 방지하고 외교적 교섭에 의한 해결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사건은 교섭 결과인 (2015년) 위안부 한일 합의가 현재도 유효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위안부 강제 동원이 상업적 행위가 아닌 일본 정부의 공권력 행사라는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르면 개인 사이 관계를 규정한 법인 사법적인 행위에 대해
이에 재판부는 "피고는 군의 요청에 따라 경찰 등의 협조를 받아 피해자를 차출하고 군 위안소에 배치해 성관계를 강요했다"며 "전형적인 공권력 행사라 상업적인 행위로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