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구비지흠동풍(萬事俱備只欠東風).
모든 조건이 구비되었고 이제 동풍만 남았다. 적벽대전을 앞둔 제갈량이 주유에게 한 말이죠. 전쟁에 나설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최적의 때를 기다렸기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겁니다. 외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과정을 보면, 우리 외교전은 별로 미덥지 못해 보입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일본 정부의 발표 이후 즉각 지지 의사를 밝혔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또 바로 '괜찮다'고 한 걸 보면, 일본 정부가 한·미 냉기류의 틈을 노려 지난 2년간 열심히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의 지지를 확보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럼 그동안 우리는 뭘 했을까요. 외교는 멀리 보고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만드는 게 중요한데 우린 이 부분에서 솔직히 말해 철저하게 패한 겁니다.
심지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절차에 적합하다면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굳이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 우리의 이익이 영원해야 하고, 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19세기 영국 총리를 두 번 역임하며 역사가들에게 외교수장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헨리 존 템플 경이 남긴 명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달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만나기로 했죠. 여기서 그동안의 외교 불신을 어떻게 걷어낼 수 있을까…. 이번엔 특히 더 국민의 눈과 귀가 워싱턴으로 쏠릴 겁니다.
993년 거란 80만 대군이 쳐들어왔을 때 소손녕과 담판해 이들을 물러가게 하고, 이미 빼앗겼던 강동 6주까지 되찾아온 고려시대 외교관 서희. 우리 국민이 무려 1000년 전에 있던 외교관을 그리워해서야 되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냉혹한 현실, 일본 오염수 외교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