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의 대단지 아파트에서 지상 도로에 택배 차량 출입을 막으면서 발생한 '택배 갈등' 사태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택배 기사와 입주민 측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사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사태에 책임이 있다며 택배회사 대표를 고발하고 파업에 나설 방침을 밝히는 등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고 있습니다.
오늘(20일)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 주민들과 택배기사 등에 따르면 이번 택배 사태는 지난 1일부터 아파트 단지 내 지상도로에서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되면서 불거졌습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안전 우려 등을 들어 3월 22일 내린 결정 때문입니다.
5천 세대 규모인 아파트 측은 긴급차량 등 지상 통행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동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일반 택배차량(탑차)은 차체가 지하주차장 진입 제한높이인 2.3m보다 높아 단지 내에 들어갈 수 없게 됐습니다.
아파트 측은 아파트 입주 시작 직후부터 민원이 들어와 택배차량 출입 제한 방침을 충분히 예고해왔다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택배 기사들은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4차례 출입 통제 통보를 받았습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 아파트는 애초 설계 때부터 지상에 차가 다니지 않는 '공원형 아파트'로 만들어졌다"며 "인도용인 지상 통로의 보도블록이 파손될 우려가 있어 주민들이 나서 제한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파트 측은 각 세대 앞까지 이동하려면 차량을 지하주차장에 출입할 수 있는 저상차량으로 바꾸거나 손수레로 택배 물품을 옮기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택배 기사들은 이 같은 방침이 기사들의 시간적·육체적 부담을 전혀 배려하지 못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저상차량은 짐칸 높이가 127㎝에 불과해 180㎝인 일반 차량보다 짐을 많이 실을 수 없습니다.
한 택배기사는 "대단지 아파트에서 저상차량으로 배송을 하려면 대리점까지 3번은 왕복해야 하는데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저상차량에서는 허리를 숙이거나 무릎으로 기어 다니면서 작업을 해야 해 근골격계 질환 위험이 커진다고 택배노조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손수레에 대해서도 "손수레를 쓰면 배송 시간이 3배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고, 물품이 손상돼 기사들이 배상해야 할 우려도 커진다"고 했습니다.
노조는 차량 통행제한 조치가 일방적 통보라며 '갑질'이라고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조치에 맞서 지난 14일부터 '문 앞 배송'을 중단한 뒤 물품을 아파트 정문 앞에 쌓아두고 입주민들이 가져가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입주민들이 택배기사들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택배회사 등에 민원을 넣자 이틀 만에 철회하고 현재는 손수레를 이용해 다시 개별 배송을 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시민들의 동참을 끌어내겠다는 취지로 단지 앞에서 농성과 촛불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일단락된 듯한 갈등은 20일 택배노조가 "아파트 측에 동조했다"며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고조됐습니다.
택배노조는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택배사 측이 아파트 측과 저상차량을 이용한 지하주차장 배송에 합의했다"면서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와 대리점장을 22일 고용노동부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CJ대한통운 측이 "갑질 아파트에 동조하며 택배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고강도 노동
이에 CJ대한통운 측은 "저상차량을 이용한 지하 주차장 배송에 합의한 사실이 없다"며 "대리점 측이 택배 기사, 아파트 입주민들과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으나, 노조와 갈등이 시작되면서 중단된 상황"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