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에게는 커피도 콜라도 모두 같은 '음료'

【 앵커멘트 】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 표기는 정보를 얻는 중요한 수단이죠.
하지만, 맛도 상표도 다른 음료수에 사실 같은 점자, '음료'라고만 캔에 표기돼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오늘(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짚어보는 시각장애인의 권리, 강영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중증 시각장애인 김 훈 씨에게는 음료수를 고르는 간단한 일도 힘겹기만 합니다.

캔 위에 점자가 있지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탄산음료, 이온음료, 주스.

모든 다른 음료에 표기된 점자는 '음료', 한 단어 뿐입니다.

점자만으로는 맛도 상표도 알 수 없는 겁니다.


▶ 인터뷰 : 김 훈 / 중증 시각장애인
- "'음료'라고 돼 있는데요. 이것도 이쪽으로 '음료'라고…. 그냥 주스인지 커피인지 전혀 알 수 없죠."

▶ 스탠딩 : 강영호 / 기자
- "서로 다른 종류의 음료 10가지를 준비해봤는데요. 캔에 표시된 점자에 따르면 이들 음료의 종류는 3가지에 불과하고 점자 표시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 인터뷰 : 김 훈 / 중증 시각장애인
- "거기(술)에는 어떠한 점자 표기가 없어서…. 어린 아이들이 마시면 위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점자가 없는 생활 필수품도 적지 않습니다.

마스크, 손 소독제에서 점자 표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의약품은 내용물이 중요하지만, 안전상비의약품의 경우 30%만 점자 표기를 하고 있습니다.

의약품만이라도 점자 표기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여러 차례 국회에서 있었지만, 법안 통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은 21대 국회는 달라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예지 / 국민의힘 의원(점자표기 법안 발의)
- "시각장애인과 영유아 자녀 등이 약품 오남용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안전상비의약품만큼이라도 점자 또는 음성변환용 코드를 표시하도록 하는…."

비장애인에겐 오돌토돌한 촉감에 불과한 점자, 시각장애인에게는 기본권입니다.

MBN뉴스 강영호입니다.
[ nathaniel@mbn.co.kr ]

영상취재 : 김 원 기자
영상편집 : 유수진
그래픽 : 최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