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는 미국과 멕시코의 차이가 바로 국가운영시스템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미국은 개척한 땅을 개척민에게 나눠주고 중산층을 두텁게 했지만, 멕시코는 지배층이 특권층으로 군림하는 국가 시스템을 채택했거든요.
어떤 리더를 뽑아, 어떤 제도를 정착시키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달라지는 겁니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선거가 과거에 대한 심판적 성격을 갖는다면, 대통령 선거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은 투자형 선거입니다. 우리는 어떤 리더를 뽑아야 할까요.
로마의 카이사르는 내전이 끝나자 살생부, 적폐청산 대신 '관용'이라는 뜻의 클레멘티아를 기념 은화에 새겨 넣었습니다.
반 카이사르의 선봉이었던 카토는 자결을 택하고, 유언으로 자녀들을 부탁했죠. 카이사르는 카토의 자식들을 극진히 보살피는 한편 정적들에 대해 일절 보복을 금지하는 포용의 통 큰 리더십으로 훗날 로마 중흥의 초석을 만듭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니었죠. 내 편이 아니면 네 편으로 취급하면서 점차 중도가 설 자리를 없앴습니다.
국민의 자발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포용적 리더가 되려면 많이 만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해야 합니다.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때 바로 복귀하지 않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호남을 돌며 민심을 파악하는 일이었습니다.
무위이치 유위이치.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대통령도 마찬가지죠.
무위이치는 위정자가 하는 일 없이 논다는 뜻이 아니라, 자율적인 국정운영과 자유로운 생업을 보장하고 지켜보는 덕치를 의미합니다.
유위이치는 무위이치가 통하지 않는 영역, 국가의 존망이 걸린 사업이나 외교 안보와 복지정책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뜻입니다. 미·중 패권 전쟁 전략, 코로나19 백신 확보처럼 말이죠.
바이든 미 대통령은 반도체 업체들에 '우리의 경쟁력은 당신들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달렸다'고 압박했습니다. 중국 대신 미국을 택하라 이거죠. 바로 이런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차기 대통령의 자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