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MBN |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시험 답안 유출 사건으로 재판 중인 쌍둥이 자매가 법원에 출석했습니다. 앞서 이들은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유출한 답안을 보고 내신 시험을 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쌍둥이 자매 중 동생이 항소심에 출석하면서, "혐의를 부인하느냐"고 묻는 취재진에게 느닷없이 손가락 욕을 날려 논란이 됐습니다. 재판이 끝난 뒤에는 손가락 욕을 한 이유를 묻자 "달려들어 묻는 게 직업정신에 맞는다고 생각하나", "예의가 없는 행동이고 교양 없는 행동"이라고 항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취재진 향해 손가락 욕…"기자 개인한테 한 것 아냐"
논란이 일자, 이들의 변호를 맡은 양홍석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이라는 제목과 함께 사과를 전하며 "기자 개인에 대한 욕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즉, 질문을 한 취재진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한 게 아니라는 건데요.
왜 이런 해명을 했을까요? 바로 쌍둥이 자매의 행동이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미 누리꾼들 사이에선 "기자가 모욕죄로 고소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데, 과연 모욕죄 성립이 가능한지 따져봤습니다.
■ "다수 사람 존재…공연성 충분히 인정돼"
모욕죄란 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형법 제311조에 따르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① 공연성, ② 특정성, ③ 모욕성 조건이 충족 되어야 합니다. 즉 ① 불특정 사람들에 의해 전파가능성이 있고 ② 피해자가 누구인지 특정되며 ③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정도의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여야 성립되는 건데요.
이번 사건은 어떻게 적용될지 법조인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유재환 변호사(법률사무소 한비)는 "쌍둥이가 기자에게 손가락 욕을 하는 상황은 기자들을 포함해 다수의 사람이 있었다는 점에서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민지훈 변호사(법무법인 시완)도 "카메라 등이 다수 존재함을 알면서 질문을 하는 기자를 향해 손가락 욕을 한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정리하면, 당시 현장에 취재진 등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기 때문에 ① 공연성은 충분히 성립 가능하다는 의견입니다.
■ 기자 개인한테 한 욕 아니라 했지만…"특정성 인정되는 데 무리 없어"
문제는 ② 특정성입니다. 쌍둥이 자매 측 변호인인 양홍석 변호사는 "기자 개인에게 한 욕이 아니다"라고 설명을 했는데, 이는 ② 특정성을 피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민지훈 변호사는 이에 대해 "쌍둥이 동생의 인지 사실에 비춰보면, 일반적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욕을 한 게 아니라 질문한 기자를 상대방으로 지정해 행동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손가락 욕을 하게 된 이유가 기자가 질문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고 재판 후 질답에서 '갑자기 달려들어 무례한 행동을 해서 그랬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을 보아 특정성이 인정되는 데 무리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강성신 변호사(법률사무소 해내)도 "손가락 욕은 다른 일반적인 욕에 비해 대상이 특정되는 유형"이라며 "만일 A 기자를 향해 한 욕이 아니더라도 그 옆에 있는 B, C 등이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여 모욕죄는 성립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쌍둥이 자매가 기자의 이름을 말하는 등 대상을 구두로 명확하게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손가락 욕의 특성과 앞뒤 맥락상 특정성은 성립된다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마지막으로 ③ 모욕성입니다. 모욕성은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유재환 변호사는 "쌍둥이가 중지만을 펴는 행동은 일반적으로 경멸적인 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의미하는 손가락 욕에 해당하기 때문에 모욕행위에 포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강성신 변호사도 "모욕성이 인정되는 범위는 굉장히 넓다"며 "손가락 욕이 모욕죄에 해당된다는 판례가 이미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리하면, 모욕성은 수단과 방법에는 제한이 없어 반드시 말로만 이뤄져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성립 가능해보입니다.
종합해보면 "기자에게 손가락 욕한 숙명여고 쌍둥이,
김보미 기자 [spring@mbn.co.kr]
취재지원: 이진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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